기자들 숙소서 10분거리 호텔 尹보호 위해 은신처 제공 의혹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8일 현지 경찰의 수사가 시작된 직후부터 귀국 직전까지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의 호텔방에 피해 있었던 것으로 13일 알려졌다.윤 전 대변인이 이 수석의 숙소에 머문 것은 피해자인 여성 인턴과 현지 문화원 직원이 윤 전 대변인을 워싱턴DC 경찰에 신고한 후였다. 이 때문에 이 수석이 내부회의를 거쳐 윤 전 대변인을 보호하기 위해 은신처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윤 전 대변인의 숙소는 기자들이 있던 페어팩스 호텔이었지만 이 수석은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윌라드호텔에 있었다.
당시 정황을 종합해 보면, 성추행 사건이 공론화된 직후 윤 전 대변인이 자신의 숙소가 아닌 이 수석의 호텔방에 있었다는 사실은 경찰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사건이 신고되고 경찰이 출동하면서 박 대통령의 방미를 수행하는 대변인이 현지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될 경우 파생될 정치·외교적 파장을 가장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수석은 8일 오전 9시 40분(현지시간)을 전후해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보고받고 앞서 수행경제인 조찬간담회에 참석했다가 이동 중이던 윤 전 대변인을 긴급 호출했다. 이 수석은 지난 11일 “윤 전 대변인을 박 대통령의 숙소인 영빈관 앞으로 불러 길에 서서 5분여간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윤 전 대변인은 이 대화에서 ‘이 수석이 중도 귀국을 종용했다’고 주장한 반면 이 수석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정도였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윤 전 대변인은 이날 오후 1시 30분 서울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덜레스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까지 이곳에 머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 이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의 미의회 연설을 앞두고 시간이 촉박했었다”면서 “한 시간 후에 행사 끝나고 돌아올 테니 내 방에 가서 기다리라고 했으나 (이 수석이) 돌아왔을 때 윤 전 대변인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또 “이 수석과 윤 전 대변인이 대화를 나눴던 영빈관 앞에서 이 수석의 숙소까지는 걸어서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기 때문에 이 수석의 숙소에 잠시 머물라고 했던 것이지 경찰 조사를 피하거나 숨기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2013-05-14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