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ㆍ교과부ㆍ원안위 등 반발기류’작명’도 논란인수위 ‘부처 이기주의’ 경고하며 원안관철 방침
통상교섭 기능 이관을 둘러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외교통상부의 정면 충돌이 다른 정부부처로 확산할지 주목된다.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의 영향권에 든 방송통신위원회,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대표적이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행정안전부는 ‘작명’을 두고 내부적으로 반발이 크다. 중장기 로드맵에 담길 금융감독 체계 개편도 폭발력이 큰 화약고다.
이에 인수위는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구상이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할 태세다. ‘부처 이기주의’가 반발의 배경이라는 판단에서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이 4일 외교부의 반발에 “궤변”, “헌법 왜곡” 등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비판한데서 이러한 입장이 확인됐다. 특히 진 부위원장의 발언은 그동안 여러차례 부처 이기주의를 경고한 박 당선인의 의중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에는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반대하는 부분이 적지 않아 국회의 관련 법안 처리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관련 단체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해당 부처와 ‘호흡’을 맞추는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방통위 ‘난파선’ 처지 = 인수위의 조직개편으로 방통위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부처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송정책과 방송ㆍ통신 진흥 등 핵심적인 인력과 조직이 모두 미래부로 넘어가고 ‘쭉정이’만 남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차관급인 상임위원 4명이 덩그러니 남겨지게 되자 반발이 커지고 있다. 외교부에 이어 인수위와 충돌할 가능성이 가장 크게 거론되는 이유다.
실제로 한 상임위원은 최근 비공개 석상에서 “(방통위가) ‘난파선’ 처지가 됐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대부분을 미래부로 넘기는 작업을 주도한 일부 공무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당신들은 여기(방통위)에 남으라”며 다분히 감정이 섞인 얘기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통합당도 조직 축소에 반대하는 방통위를 거드는 모습이다. 방송 중립성과 공정성을 위해 방통위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순수한 진흥 업무만 미래부로 넘기고 방송정책과 방통융합 분야의 규제 업무는 반드시 방통위가 가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조는 전날 방통위의 권한을 확대하고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국회에 입법 청원했다.
이에 대해 인수위와 새누리당은 방통융합과 진흥은 미래부의 핵심 기능 가운데 하나인 만큼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선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발의한 방통위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 “방통위의 기능을 방송ㆍ통신 이용자 보호, 법 위반행위 조사ㆍ제재 등 규제 중심으로 조정하는 한편, 방통위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등 효율적 운영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학협력 기능도 쟁점 = 교과부 역시 ‘공룡’ 미래부의 출범으로 공연한 피해를 보게 됐다고 반발한다.
과학기술 분야가 미래부로 이관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산학협력 기능까지 내어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수위는 최근 미래부를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의 소관 부처로 정하고 대학 산학협력단을 교육부에서 이관하는 쪽으로 조직개편안을 마련한 상태다.
조직개편안을 두고 교과부의 교육부문 공무원 사이에선 산학협력 분야를 새 정부의 교육부에 그대로 둬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일각에선 산학협력의 미래부 이관이 강행되면 국회를 통해 강력히 저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산학협력은 산업체가 요구하는 능력을 대학에서 길러주는 ‘인재 양성’의 측면이 큰데, 이를 대학정책에서 분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 산학협력 기능이 제거되면 교육부의 대학지원 정책이 자연스럽게 축소돼 박 당선인의 지방대 육성 공약과도 배치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특성화고교와 마이스터고교의 산학협력 기능에 대해서도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
전국대학교 교무처장협의회 등 대학 교직원 관련 단체와 한국중등직업교육협회 등도 잇따라 “산학협력 업무를 교육부에 남겨야 한다”는 의견을 인수위에 전달했다.
민주당 역시 교육부에 산학협력 기능을 그대로 두고, 미래부는 산학협력의 기획ㆍ총괄 조정 기능만 맡아야 한다는 ‘수정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인수위와 새누리당은 산학협력 기능의 미래부 이전을 반대하는 견해에 대해 아직 뚜렷한 입장을 보이진 않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일각에선 이를 신중히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선 산학협력 기능의 미래부 이전에 따른 대학의 우려를 고려해 교육부가 이 기능을 계속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원자력안전 독립성 훼손 시비 = 인수위가 조직개편안에서 원안위를 미래부 산하로 편입하기로 한 것을 두고 원안위 안팎에선 독립성 훼손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원자력 진흥과 규제를 분리해야 한다는 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오랜 권고였는데, 우리나라에선 그동안 교과부가 원자력 연구ㆍ개발과 생산, 이용에 관한 업무를 담당했다.
이 때문에 미래부가 원안위를 흡수하면 규제 기능이 약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인수위의 조직개편 발표 때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선수가 심판을 겸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인수위는 원자력 연구ㆍ개발과 생산, 이용에 관한 업무를 지식경제부에서 개편되는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기로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대통령 직속에 장관급이던 원안위를 부처 산하 차관급 위원회로 위상을 낮추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원안위를 독립시켜 대통령 직속이나 국무총리 직속으로 두든지, 아니면 환경부처럼 규제 기능이 강한 부처 산하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인수위의 조직개편안에서 원안위의 위상 문제를 놓고 새누리당과 견해차를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은 원안위를 대통령 소속 독립기구로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안위는 일단 조직개편안과 관련해 위원장이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변경되면서 법령 체계에 맞게 일부 사항이 정비됐을 뿐, 원자력 안전에 관한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며 동조하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행정 관료의 역할이 확대됐기 때문에 위원회의 기능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이원영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사무국장은 “공무원이 (주도적으로) 일하겠다는 것”이라며 독임제 장관인 미래부의 의중이 원자력 안전에 더 중요한 구조가 됐다고 평가했다.
◇행안부ㆍ농식품부는 ‘작명 불만’ = 행안부와 농식품부는 조직개편의 직접적인 타격보다는 달라지는 명칭에 대한 불만이 크다.
특히 ‘행정안전’이 ‘안전행정’으로 바뀌는 것을 두고 행안부는 물론 새누리당에서조차 ‘달라지는 것 없이 간판만 교체하는 게 아니냐’는 식의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안전’을 중시하는 박 당선인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기능이 그대로라면 명칭 변경에 따른 행정비용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행부’로 불리게 될 부처의 줄임말을 두고도 어감이 좋지 않다는 반대 의견이 많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자치 업무를 맡아 온 행안부가 이름을 바꾸면서도 ‘자치’라는 명칭을 생략한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전국시장ㆍ군수ㆍ구청장협의회는 지난달 명칭 변경에 ‘자치’를 넣은 ‘안전행정자치부’ 또는 ‘안전자치행정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인수위에 전달했다.
농림축산부로 바뀐 새 부처 명칭에서 ‘식품’이 빠지게 된 농림수산식품부도 마찬가지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조직법 개편과 관련해 새 부처 명칭에 ‘식품’을 포함한 ‘농림축산식품부’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여기에는 박 당선인도 일정부분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은 지난달 27일 인수위 경제2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농림축산부 명칭에) 식품이 붙어도 된다”고 전제한 뒤 “식품 정도가 아니라 관광이 다 연결돼야 한다”며 “(식품이라는) 말을 하나 안 하나 당연히 발전시켜가야 되기 때문에 그냥 ‘농림축산부’라고 했었는데…”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체계 ‘숨은 화약고’ = 인수위는 이번 정부조직 개편에서 금융감독 체계 부분은 손대지 않았다. 대신 ‘로드맵’에서 이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현재로선 로드맵이 중장기 과제의 성격을 띠는 만큼 당분간 현행 체계를 유지하면서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수준에서 머무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정부가 바뀔 때마다 금융감독 체계도 개편된 데다 현행 체계의 문제점이 이미 심각하게 노출됐다는 점에서 ‘대수술’이 단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껏 학계와 금융계에서 회자된 금융감독체계의 두 가지 이슈는 정부 조직인 금융위원회의 분리와 민간 감독기구인 금융감독원의 분리다.
이 가운데 금융위 분리 방안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금융위를 아예 금감원과 합치는 그림은 그려볼 수 있다.
금감원을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기구와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로 쪼개는 문제도 로드맵에서 방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인수위가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 착수하는 순간 또 한 차례의 거센 논란이 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물론 감독 대상인 금융회사들이 이에 대한 백가쟁명식 의견을 개진할 게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서로 충돌하는 현행 체계는 분명히 문제점이 많지만, 여기에 손을 대려면 한바탕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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