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정치권 vs 새 정치’ 구도 경계..SNS소통 중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등판’이 19일 현실화되면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단일화 일전’의 출발선에 섰다.안 원장의 출격을 맞아 문 후보가 내세운 첫 일성은 “여의도의 정치관행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대결구도가 ‘기성 정치인 대 새로운 정치’의 프레임으로 짜여질 경우 단일화 국면에서 낭패를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 ‘탈(脫) 여의도’로 대변되는 새로운 정치와 변화의 주역을 자임, ‘안철수 바람’을 차단하겠다는 포석이 깔린 셈이다.
문 후보는 전날 오후 경북 수해 지역 방문 후 상경하자마자 대선기획단의 첫 비공식 모임에 참석, “여의도 정치 관행에 매이지 않고 우리가 갖고 있는 원칙과 방향으로 가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행 파기에 대한 저항이 있겠지만 흔들리지 말자. 반발과 저항을 감수하고 가겠다”, “완전히 새롭게 하겠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가겠다”는 의지도 강하게 내비쳤다는 후문이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문 후보의 의지는 후보 선출 후 첫 행보인 지난 17일 국립현충원 참배와 이후 현장 방문에서 “보여주기식은 하지 않겠다”며 당 지도부나 소속 의원들을 무더기로 대동하지 않은데서도 그 일단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문 후보가 “기존 정치관행에 매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침에 따라 비주류 일각의 ‘이-박’(이해찬-박지원) 투톱 2선후퇴론을 선대위 인선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문 후보측은 안 원장에 대해 ‘선의의 경쟁자’라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당분간 자신과 안 원장 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간 대결을 ‘낡은 체제 대 새로운 정치’의 구도로 유도, 두 사람의 지지율을 동반상승시키는데 주안점을 둘 전망이다.
‘협력적 경쟁’을 통해 진보ㆍ중도 진영의 파이를 키운 뒤 일정시점이 지난 뒤 진검승부에 나서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캠프 주변에서는 ‘추석 전 2주’를 단일화 승부를 가늠케 할 ‘운명의 시간’으로 점치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캠프 일각에선 “한 달 정도는 서로 각자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양자대결에서 오차범위 내에서나마 박 후보를 처음으로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한껏 고무된 상황에서 안 원장의 출마선언으로 지지율 반등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은 현실적 고민이다.
문 후보측 핵심인사는 “경계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희일비하지 않고 원래의 스탠스대로 뚜벅뚜벅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후보측이 대선기획단 진용이 짜여지자 마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의 온ㆍ오프라인 결합형 ‘시민캠프’를 꾸리기로 하는 등 SNS 공간 공략에 발빠르게 나선 것도 문 후보가 내세운 ‘여의도 정치 탈피’, ‘새로운 정치’와 맞물려 안 원장 견제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안 원장이 ‘시민 후보’를 자임, 캠프 자체를 사무실 형태가 아닌 ‘SNS 캠프’ 방식으로 꾸려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시민캠프로 맞불을 놓음으로써 SNS 표심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 문 후보는 전날 회의에서 시민캠프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했다고 한다.
문 후보가 외부 대선기획위원 영입에 공을 들이는 것도 ‘열린 시민참여형 선대위’ 이미지를 부각, ‘대중적 바람’을 등에 업은 안 원장에게 밀리지 않으려는 차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재 백승헌 변호사와 시민사회출신 인사 2명 정도가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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