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표심 향배 주목… 각 진영 구애경쟁
민주통합당 박준영 대선경선 후보가 21일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하면서 경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지난달 30일 컷오프로 본선행이 확정된 5명의 후보 가운데 중도하차한 것은 박 후보가 처음으로, 이로써 민주당 경선은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간 4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현직 전남지사인 박 후보가 텃밭인 호남을 일정부분 대변한다는 점에서 그가 특정 후보를 측면지원할 경우 오는 25일 제주를 시작으로 닻을 올리는 경선레이스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표심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기존의 경선 구도가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박 후보를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후보 캠프간 러브콜 경쟁도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박준영, 공개 지지 선언은 안해 = 박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백의종군하겠다”며 후보직을 내려놓았다.
그의 후보직 사퇴는 도지사직을 유지한 채 경선 일정을 소화하는데 물리적 제약이 적지 않다는 점과 지지율이 좀처럼 뜨지 않는 현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를 놓고 “민주당에는 훌륭한 후보들이 많다”며 “좋은 후보가 국민의 지지를 받길 기대한다”고만 했다.
같은 호남 출신인 정 후보를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제가 알 수 없다”라며 “가치와 정책, 국가에 대한 비전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그런 부분을 고민하겠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호남 표심은 어디에..러브콜 ‘후끈’ = 박 후보가 공개적으로 특정주자의 손을 들어주진 않더라도 암묵적 지원을 보낼 경우 호남 판세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민주당의 아성인 호남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각 후보 캠프들이 박 후보의 의중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유불리 계산에 분주히 움직이는 이유다.
2002년 대선 등 호남은 대선 때마다 ‘전략적 선택’을 해 온 진원지이기도 하다. 현재 야권 주자 가운데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호남에서 민주당 후보들을 압도하며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박 후보가 그동안 ‘참여정부 인사 필패론’을 내세워 친노(親盧ㆍ친노무현) 진영에 각을 세워왔다는 점에서 그가 특정인과 연대하게 된다면 그 대상은 ‘비문’(非文ㆍ비문재인) 후보가 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특히 박 후보가 2위권을 형성해온 손ㆍ김 후보의 손을 잡을 경우 해당 후보 입장에서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며 여론조사상 문 후보가 1위를 달려온 경선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 후보의 중도하차 이후 호남 판세가 요동칠 경우 밋밋했던 경선 흥행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당 일각에서 감지된다.
일단 같은 호남 출신으로, 한때 단일화 얘기가 물밑에서 오갔던 정 후보측이 상승효과를 노리며 가장 반색하는 분위기이다.
정 후보측 최재성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 후보와 박 후보는 컷오프 이후에도 많은 이야기를 나눠왔다”라며 “경선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며, 상식과 흐름대로 결론이 잘 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른 후보 캠프들도 일제히 박 후보에 대한 구애에 나섰다.
문 후보는 “완주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라며 “박 후보의 ‘3농(農) 정책’을 받아안고 함께 대선 승리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고 진선미 대변인이 전했다.
손 후보측 김유정 대변인도 “박 후보와 함께 활동했던 모든 분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손을 내밀었고, 김 후보측 김관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박 후보의 못 다한 꿈을 함께 이루겠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박 후보의 지지율이 미미했다는 점에서 실제 표에 미칠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후보의 지지층이 일사불란하게 쏠림 현상을 보이기보다는 분산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아 호남 표심을 선점하기 위한 캠프별 쟁탈전은 가열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대선 후보 예비경선에 출사표를 던졌던 부산 출신 3선인 조경태 의원이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두관 후보 지지를 선언,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합류하는 등 주자간 합종연횡이 본격화될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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