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진상조사 의지 의문”..진상조사 활동 ‘파행’
새누리당의 4ㆍ11총선 ‘공천헌금 파문’을 조사하는 당 진상조사위원회 김기홍 위원은 18일 “당의 진상조사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위원직에서 사퇴했다.경선주자인 임태희 후보측 추천몫으로 진상조사위에 참여한 김 위원은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5차례 회의를 열었음에도 당의 비협조로 기초적인 공천자료조차 제출받지 못하는 등 지지부진한 모습”이라며 “임 후보와도 상의를 거쳐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의혹을 밝히려면 공천위원을 먼저 조사하는 게 기본”이라며 “회의 초반부터 줄기차게 당시 공천위원의 출석을 요청했음에도 특정 후보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측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파문의 당사자인)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의 제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진상조사위 출석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이들의 ‘선(先) 출석’을 요구함으로써 진상조사위를 공전시키려는 ‘시간벌기’ 의도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위는 두 당사자를 차례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었지만 이들은 검찰 조사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전날에도 권영세 전 사무총장을 출석시켜 공천 과정 전반의 설명을 들을 계획이었으나 권 전 총장의 불참으로 사실상 조사가 무산됐다.
이에 진상조사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김 위원의 사퇴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경선을 앞둔 임 후보측의 정략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진상조사위는 “조사 절차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 확정한 것으로, 김 위원의 의견은 본인의 주장일뿐”이라며 “공천자료도 신상자료가 다수이기에 절차에 따라 대부분 폐기했고, 남은 자료는 당에서 제출받아 충분히 검토했다”고 반박했다.
박근혜캠프측 조사위원인 김재원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어제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은 김 위원은 ‘공천이 송두리째 잘못됐다’고 주장할 목적으로 진상조사에 참여한 것 같다”며 “당 지도부를 성토하고 당을 매도하는 것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장 진상조사위 활동은 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 조사가 계속 지연되는 상황에서 김 위원의 사퇴를 계기로 조사위원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8일 당 지도부와 5명의 경선주자로부터 각각 추천받은 9명으로 구성됐지만, 박 전 위원장측과 비박(비박근혜)주자측 조사위원들이 조사 범위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초반부터 진통을 겪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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