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애국가 왜 안부르나”… 당 정체성 논란까지

유시민 “애국가 왜 안부르나”… 당 정체성 논란까지

입력 2012-05-11 00:00
수정 2012-05-11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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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경선으로 인한 극심한 당내 갈등이 당 정체성 논란으로 번졌다. 국민참여당 출신의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10일 “(당 행사에서) 애국가와 국민의례를 거부하는 게 그렇게 가치 있는 일이냐.”고 당 지도부와 핵심 간부들을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이날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제2차 전국운영위원회에서 작심한 듯 “당이 발전하려면 우리 당을 지지해줄 가능성이 있는 국민들과 장벽 없이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신념에 따라 국가주의적인 의례를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국민들은 자연스러운 의례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주관적인 이념 체계에 얽매이지 말고 함께 호흡하면서 때로 내키지 않아도 국민들에게 져주는 자세로 일해 나갈 때 우리 진심을 국민들이 알아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은 2000년 1월 창당 이후 12년간 한 번도 당의 공식 행사 때 애국가 제창 등 국민의례를 하지 않았다.

태극기 대신 민노당기를 걸고 애국가 대신 민중가요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열사들에 대한 묵념을 하는 ‘민중의례’를 해왔다.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등을 군사정권 때 시작된 국가주의적인 통제 정책의 일환으로 보기 때문이다. 민중의례는 진보정당 정체성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구 민노당계 입장에서 보면 유 대표의 이날 발언은 그동안 진보당이 고수해 왔던 ‘정체성’에 대한 도전인 셈이다. 유 대표는 “이런 문제를 갖고 토론하는 게 왜 금기처럼 돼 있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참여당은 통합 때부터 공식 행사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애국가를 부를 것을 요구했왔다. 지난 1월 15일 진보당 창당대회 때는 결국 참여당의 요구가 일부 받아들여져 태극기를 걸고 국기에 대한 경례는 하되 애국가는 부르지 않았다.

이를 두고 당시 “국가 보조금을 받는 정당이 국가를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모순적”이라는 비난이 빗발쳤었다. 진보당은 지난 4일과 10일 전국운영위원회에서 국민의례는 물론 민중의례도 생략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2012-05-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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