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위기 ‘전설의 주먹’, 결국 낙인 찍히나

최악의 위기 ‘전설의 주먹’, 결국 낙인 찍히나

입력 2012-03-09 00:00
수정 2012-03-0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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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다시 만화에 자기 검열의 족쇄를 채울 것인가

 요즘 국내 만화계는 격앙된 상태다. 1997년 ‘천국의 신화’ 음란물 시비를 촉발시키며 만화산업 전반을 위축시킨 청소년보호법 사태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지난달 초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네이버, 다음 등 웹툰을 연재하는 포털 사이트에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 관련 사전통지 공문을 보냈다. 네이버 13개를 비롯해 다음 5개, 야후 3개, 파란 2개가 대상에 포함됐다. 너무 폭력적이어서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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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지난해 말 대구 중학생 자살 등 학교 폭력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야후의 ‘열혈초등학교’가 논란이 되는 등 문제의 화살이 웹툰과 게임에 돌려진 탓이 크다.

 방통심의위의 문제작 리스트에는 지난해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던 정연식 작가의 ‘더 파이브’, 2011년 오늘의 우리만화 수상작인 꼬마비·노마비 작가의 ‘살인자ㅇ난감’도 포함됐다. 신선한 연출로 해외에서 화제를 모았던 호랑 작가의 ‘옥수역 귀신’과 ‘봉천동 귀신’, 영화로 만들어지는 이종규·이윤균 작가의 ‘전설의 주먹’도 도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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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통심의위는 이달 중 해당 웹툰의 청소년유해매체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유해매체로 지정되면 ‘19금’ 딱지를 달아야 하고 성인인증 절차 없이는 접근할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검열이 보편화되면 작가 스스로 자기 검열의 족쇄를 채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창작력 위축이 불보듯 뻔하다.

 수많은 작품이 드라마로, 영화로 만들어지며 우리 시대 최고의 만화가로 꼽히는 허영만 작가도 과거 사전검열이 없어진 뒤에도 몇년 동안 자기 검열의 속박에서 허우적댔다고 토로한 바 있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 역량을 키워 왔던 우리 만화는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차세대 한류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청소년에 해악을 끼치는 매체로 손가락질 당하고 있다. 우리 만화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두 얼굴이다. 날개를 펼치려는 창작자들에게 자기검열이란 족쇄를 다시 채워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홍지민 온라인뉴스부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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