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도 머리도 김일성처럼… ‘성형 후계자’

옷도 머리도 김일성처럼… ‘성형 후계자’

입력 2010-10-03 00:00
수정 2010-10-0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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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김정은을 카리스마 있는 ‘인민의 지도자’로 띄우기 위해 유치할 정도로 치밀하게 각본을 연출했음이 속속 감지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김정은이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니라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본뜨고 있다는 것이다. 빈약한 3대 세습의 명분과 정통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에게 ‘어버이 수령’으로 신성화된 김일성의 후광을 업는 게 긴요하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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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성 前 북한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16세의 김정은 모습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왼쪽부터)
▲ 김일성 前 북한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16세의 김정은 모습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왼쪽부터)


우선 김정은의 외모다. 귀 윗부분 머리를 짧게 밀고 나머지 머리를 뒤로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은 김일성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김정은은 또 김일성이 즐겨 입던 검은색 인민복 차림이었다. 반면 김정일은 평소 입던 카키색 인민복을 걸치고 있었다. 퉁퉁하게 살이 찐 모습도 김일성의 몸매를 연상시킨다. 원래 비만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일부러 살을 찌운 것 아니냐는 의심도 없지 않다.

김정은은 당 대표자회에서 다른 참석자들과 차별화된 몸짓을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두 손을 높이 들어 힘차게 박수치면서 함성을 질렀지만 김정은은 김정일처럼 한 손은 밑에 두고 다른 한 손만 움직여 손뼉을 쳤다. 함성을 지르지도 않았다. 또 인형처럼 꼿꼿하게 앉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한쪽 팔을 팔걸이에 기댄 채 약간 삐딱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당 대표자회 폐막 후 기념촬영에도 치밀한 홍보 전략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 사진이 보이는 금수산기념궁전을 장소로 택했고 촬영 시간도 햇빛이 옆 사람 그림자에 가리지 않는 오후를 골랐다. 자리배치에서는 김정은 좌우로 리영호 총참모장과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 앉음으로써 군부의 호위를 받는 모습을 연출했다. 김정은과 김정일 사이에는 리영호가 끼어 앉아 후계를 암시하면서도 너무 노골적이지는 않은 교묘한 처리를 했다.

북한 TV 아나운서도 미세한 차이로 김정은을 예우했다. 김정일·김정은의 이름을 부를 때는 정면을 바라보며 성의있게 말했고 나머지 사람들을 호명할 때는 고개를 숙인 채 서류를 보면서 읽었다.

북한은 김정은에 대한 대대적인 우상화 작업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1일 북한이 후계자 김정은의 초상화 1000만장을 제작해 곧 주민들에게 배포할 계획이라고 국제기독교 선교단체 ‘오픈 도어스’를 인용해 보도했다.

오픈 도어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노동당의 권력층에는 차기 지도자 김정은에 대해 이미 알려졌고 김정은의 사진이 실린 그림책이 공식적으로 회람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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