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대통령제·지독한 지역주의… 한국선 제3당 뿌리내릴 수 없었다

강력한 대통령제·지독한 지역주의… 한국선 제3당 뿌리내릴 수 없었다

이민영 기자
이민영 기자
입력 2021-01-13 17:22
수정 2021-01-14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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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대 통일국민당, 20대 국민의당 돌풍
대선 패배 후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져
“국민 머릿속에 기호 1·2번 고착화됐다”

유럽의 제3지대 열풍은 한국에는 닿지 못했다. 막강한 대통령제와 영남·호남 지역주의 구도에 기반한 거대 양당이 수십년간 공고한 입지를 다져 왔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양당 사이 무당층을 흡수한 제3당이 득세한 적도 있지만 기성 세력과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사라지는 경우도 잦았다.

지난해 21대 총선 결과는 여당(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180석, 야당(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103석으로 거대 양당이 전체의 94.3%를 차지했다. 범여권인 열린민주당(3석), 거대 양당에서 이탈한 무소속 5석 외에 정의당 6석, 국민의당 3석이 전부였다.

2016년 20대 총선만 해도 국민의당이 제3당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 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에 이어 38석을 차지한 국민의당은 ‘실용적 중도정당’이라는 기치 아래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대세를 좌우할 결정표)의 존재감을 내세웠다. 그러나 2017년 19대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3위(지지율 21.4%)로 패배한 뒤 힘을 쓰지 못했고 결국 2018년 바른정당이 합당해 바른미래당으로 개편됐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통일국민당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그룹의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이 창당한 이 당은 한 달 만에 치러진 선거에서 31명의 당선자를 내놓으며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했다. 그러나 그해 12월 14대 대선에서 3위(16.3%)로 패배한 이후 정 회장이 국회의원직을 사퇴했고 의원들도 탈당하면서 소멸됐다.

스위스,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등 유럽 각국에서 녹색당의 약진도 한국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 한국에서도 2012년 녹색당이 창당했지만 19대 총선 이후 비례득표에서 0.48%, 0.76%, 0.21%를 기록하며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대통령 중심제에서 파생된 거대 양당 정치로 인해 제3당이 출현하기 힘든 구조라고 지적했다.

제3당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과 통일국민당 모두 총선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대선에서 패배하며 사라지는 과정을 거쳤다. 결국 대선 승리로 정권을 잡지 않으면 정당이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호남과 진보, 영남과 보수가 결합하는 지역주의 프레임도 한몫했다. 20대 총선에서 중도실용을 표방한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23석을 차지하며 주목받았지만 21대 총선에서는 다시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을 석권했다. 언론과 학계에서도 여야 대결 구도에 큰 관심을 두는 것도 현실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13일 “유럽 같은 의회 중심 체제가 아닌 대통령제에서는 새로운 세력이 선거를 통해 진출하기 어렵다”며 “국민들 머릿속에 기호 1번이나 2번과의 싸움이 고착화돼 제3지대에 새로운 인물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 인물이 나와도 이내 거대 양당으로 가버리기 때문에 제3당은 반짝 인기만 끌 뿐 계속해서 유지하기 힘들다”며 “안철수 대표도 처음에는 ‘거대양당의 폐해를 극복한다´고 주장했지만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러 가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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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21-01-1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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