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다 잘살 수 있다 해도…4대강 사업은 용서받지 못할 환경재앙

美보다 잘살 수 있다 해도…4대강 사업은 용서받지 못할 환경재앙

박승기 기자
박승기 기자
입력 2018-10-07 20:38
수정 2018-10-08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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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환경 현안을 말하다

“쉬리와 피라미, 버들치가 강에서 어떻게 사는지 알았다면 설령 그 사업을 통해 미국보다 잘 살 수 있다고 해도 포클레인으로 강바닥을 파헤치는 일은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생물학자인 최재천(65)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물길을 막은 4대강 사업을 ‘용서받지 못할 환경 재앙’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4대강에 설치된 보 처리를 놓고는 ‘철거’라는 원론에 공감하면서도 한번에 모두 철거가 아닌 단계적 개방의 필요성을 제안한다. 최 교수는 “마음은 당장 철거하고 싶지만 학자적 욕심이 있다”며 “선과 악이 모두 스승인 것처럼 강물을 막았을 때 어떤 변화가 발생하는지 자료를 모아 다시는 무모한 시도를 하는 지도자가 나오지 않도록 배움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 복지와 삶의 질, 환경 보존을 위해 개발론자가 ‘갑’이 될 수밖에 없는 정부 내 구조 개혁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교육부 장관이 맡는 사회부총리를 환경부나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아야 개발과 보존의 균형이 맞춰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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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연구실에서 철새 모형을 들고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최 교수는 “(4대강 사업과 같은) 무도한 시도를 하는 지도자가 나오지 않도록 배움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연구실에서 철새 모형을 들고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최 교수는 “(4대강 사업과 같은) 무도한 시도를 하는 지도자가 나오지 않도록 배움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김대중 정부 시절 동강댐 건설이 계기가 됐다. 대통령이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장관 대담 후 국토부의 손을 들어 줬다는 말을 들었다. 선수 기용이 잘못됐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대통령께 보내는 편지 형식의 칼럼을 썼다. 공직에 있던 동기가 전화로 ‘애쓰지 말라’는 항의성 조언을 했던 기억이 난다. ‘환경 문제에서 물건너갔다는 것은 없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결국 댐 건설은 백지화됐다.

→우리나라의 환경 분야 현안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문제, 미세먼지, 플라스틱 그리고 4대강 사업으로 망가진 하천의 재자연화 등이 시급하다. 우리 정부가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어영부영하다가 속수무책 당하는 것처럼 기후변화가 한계점을 넘어서면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지금 그 단계에 돌입했을지도 모른다. 환경을 챙기는 게 경제를 해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행동해야 한다.

→환경에 대한 위상이 낮다.

-경제와 환경은 배치된다.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환경부가 일을 하기 어렵다. 개발론자가 ‘갑’이다. 경제 발전을 내세운 개발론에 보존론자는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보존론자인 환경부나 복지부 장관을 부총리로 임명해 공정하게 논의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좁은 국토에서 보존을 기조로 신중한 개발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살 곳을 잃게 돼 ‘환경 난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개발 문화의 반대 개념으로 ‘생태 문화’를 처음 사용했다. 환경은 우리 세대만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다.

→4대강 보 처리는.

-4대강 사업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환경 재앙이다. 답은 보를 철거해 강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다. 보를 철거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지만 그대로 둔 채 강이 훼손되는 비용과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꺼번에 모든 보를 철거하는 게 최선의 방안인지는 모르겠다. 생태계 모니터링을 하면서 보가 있는 상황과 없앴을 때 자연이 복원되는 과정을 비교해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현실화됐다.

-최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명예대사로 위촉돼 국내에서 하던 기후변화 강연을 외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기후변화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사라질 생물다양성 문제가 우리 인간에게 더 직접적이고 심각한 문제일지 모른다. 기후변화 자체만 바라볼 게 아니라 생태계 변화를 들여다봐야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를 모니터링해 적응과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한다.

→생물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UNFCCC에선 이번 세기 동안 지구 온도의 상승 폭을 2도 미만으로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나마도 미국 정부의 돌출 행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생물학자들의 걱정은 보다 근원적이다. 2도는 너무 안일한 목표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2도 오르면 지구 생물다양성의 절반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올해 폭염으로 국민 고통이 심각했다.

-올여름이 우리나라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웠다는 기록만으로 기후변화를 대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 이상기후 현상은 훨씬 잦아질 것이고, 기록은 머지않은 장래에 또 깨질 것이다. 기후변화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다. 극지방의 빙하가 녹는 게 한계점을 넘었다고 진단하는 기후학자들이 제법 많다.

→미세먼지 대책은.

-일단 발동이 걸리면 돌이키기 어려운 기후변화와 달리 미세먼지 문제는 되돌릴 수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베이징의 공기가 놀랄 정도로 깨끗했던 걸 기억할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확고한 의지다. 공산 국가가 아닌 대한민국에서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지만 정부 의지와 국민들이 노력하면 매우 빠른 시일 내에 몰라보게 개선될 수 있다.

→재활용 쓰레기 사태를 계기로 사회적 변화가 일고 있는데.

-환경 문제를 정부만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국민이 행동해야 한다. 서울 연희동에서 학교까지 왕복 7㎞를 걸어다닌다. 건강을 위한 유일한 투자다. 비닐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장바구니를 소지한다. 불편하지만 지구를 살리기 위해 이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교육을 잘 받은 멋진 국민들이다. 한때 전 국토가 무덤이 될 것이란 우려가 팽배했다. ‘매장’은 전통문화라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높았지만 변화를 이뤄냈다. 인식하면 곧바로 실천하는 국민이다. 일회용품 퇴출을 위해 편의점과 집에 방치돼 있는 머그컵을 유통시키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게 안 되면 우리 삶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 내몰렸다.

→좌우명인 ‘알면 사랑한다’는 의미는.

-20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다. 4대강 사업도 대통령이나 정책 입안자가 자연이나 환경을 알았다면 포기했을 것이다. 갈등이 계속되는 것은 서로를 모르기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아는 것을 추구하는 것은 자기 합리화, 학자의 삶이자 명분이기도 하다. 후배들에게 글을 쓰는 과학자가 되라는 말을 자주 한다. 말은 공중에 퍼지지만 글은 고스란히 자신의 ‘공’으로 남는다.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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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최재천 석좌교수는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초대 국립생태원장을 지낸 생물학자다. 민벌레의 세계적 권위자로 국내에선 ‘개미 박사’로 더 유명하다. ‘통섭’(統攝)의 개념을 처음 도입했는데, 1998년 스승인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저서 ‘컨실리언스’를 번역한 제목이다. 미국곤충학회 젊은 과학자상과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알면 사랑한다’는 좌우명을 가지고 자연과학과 시민 소통에 적극 나선 지식인으로 사회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1954년 강원 강릉에서 태어나 서울대와 미국 하버드대에서 동물학을 공부했다. 한국생태학회장·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생물다양성재단 대표 등을 역임했다. ‘개미 제국의 발견’, ‘호모 심비우스’, ‘다윈 지능’ 등 6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2018-10-0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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