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공정성 강화에 대치동은 ‘선행재수’ ‘황금족보’로 대응

대입 공정성 강화에 대치동은 ‘선행재수’ ‘황금족보’로 대응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19-12-11 16:22
수정 2020-01-1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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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언저리 기자의 교육 이야기 1

‘대치동 언저리 기자의 교육 이야기’는 진정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고민하는 기획 시리즈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로 지난달 28일 발표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짚어 보았습니다.
최근 서울 강남에서 한 사교육업체가 연 입시전략 설명회에 빈틈없이 참석자들이 들어찼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최근 서울 강남에서 한 사교육업체가 연 입시전략 설명회에 빈틈없이 참석자들이 들어찼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일으킨 나비효과로 나온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은 그동안 대한민국 교육계의 금기를 깬 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발 빨리 교육제도 변화에 몸을 바꿔 온 ‘사교육 1번지’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새 입시제도 개편안에 대한 설명회가 신속하게 열렸습니다.

서울신문은 최근 대치동의 한 학원에서 연 대입 공정성 개선안 분석 긴급 설명회에 다녀왔습니다. 사전예약으로 소수 정예 인원만 신청받은 설명회 자리는 빈 좌석 없이 꽉 들어찼습니다. 평일 오전에 열렸지만 ‘열성 아빠’인 남성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이날 설명회 강사의 요점은 ‘대입은 학종 반, 정시 반’으로 요약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정시 확대가 학종(학생부 종합 전형)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교육부는 서울소재 16개 대학에 2023학년도까지 수능위주 전형을 40% 이상 끌어올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16개 대학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입니다. 이들 16개 대학은 학종 위주로 학생을 많이 뽑은 대학이라고 교육부는 지적했지만 학부모들이 자녀를 보내고 싶어하는 명문대가 대부분입니다.

정시 확대에 따른 새로운 트렌드의 하나로 ‘선행재수’도 소개됐습니다.

내신성적에서 상위 등급을 얻기 어려운 특수목적고 학생들의 전학이나 자퇴는 사실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선행재수는 정시에서 내신성적에 신경 쓸 필요없이 수능시험 공부만 하는 재수생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입니다.

“사회에 내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일단 특목고에 입학한 다음 자퇴해서 2년 동안 수능공부만 하고 정시로 대학을 가는 것이죠.”

강사가 요약한 선행재수의 뜻입니다.
최근 서울 강남에서 한 사교육업체가 연 입시전략 설명회에서 자리가 없어 학생이 바닥에 앉아 자료를 읽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최근 서울 강남에서 한 사교육업체가 연 입시전략 설명회에서 자리가 없어 학생이 바닥에 앉아 자료를 읽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학종이 여전히 계속 대학 입시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대치동 학원가에서 내려오는 세특(세부능력 특기사항) 잘 받아 수시로 대학가는 비법도 있습니다.

학원에서는 내신 경쟁이 피튀기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입니다. 국영수 주요과목 선생님들의 수업난이도, 스타일, 수행평가 내용, 수행평가 꿀팁, 생활기록부 작성, 내신시험 정보 등을 설문조사를 통해 취합해 그야말로 ‘황금족보’를 전수하는 것이죠. 내신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황금족보’를 물려받은 학생들은 받은 만큼의 정보를 또 학원에 물려주고 졸업하게 됩니다.

이 ‘황금족보’에는 “말씀이 느려서 수업이 졸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련 일함” “시험 난이도 중상, 1등급 컷 90점 정도” 등 ‘강남 8학군’에서 내신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그야말로 천금과 같은 정보들이 그득합니다.
최근 서울 강남에서 한 사교육업체가 연 입시전략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영상 자료를 휴대전화로 찍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최근 서울 강남에서 한 사교육업체가 연 입시전략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영상 자료를 휴대전화로 찍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그렇다면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이 깬 금기는 무엇일까요.

바로 정시 확대 요구를 받은 서울 시내 16개 대학을 비롯해 대부분 대학이 암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고교 등급제를 인정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학생부 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에 따라 “학종 운영과정에서 출신고교의 영향력이 발생할 수 있고, 전형자료가 10분 내외로 평가되는 등 부실운영 정황 확인”이라고 교육부 보도자료에 똑똑히 기재하고 있습니다. 또 “과학고>외고·국제고>자사고>일반고 순의 서열화된 고교체제가 학종 선발결과에 나타났으며, 소득 지역별 격차 확인”이라고 교육부가 그동안 인정하지 않았던 고교 서열화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입학사정관들은 학종 과정에서 사실 학생들의 서류를 10분도 아니고 5분만 본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 이유는 볼만한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도 이런 데 앞으로 학생부는 봉사활동 특기사항 미기재, 자율동아리 대입 미반영 등 점점 더 쪼그라들 예정입니다. 내년 3월에는 흔히 ‘세특’이라 불리는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재 표준안이 발표됩니다.

바쁜 선생님들을 위해 학원가에서 이 세특을 써주기도 하는데 관리감독 강화에 나선 교육부의 위력이 얼마나 발휘될지 두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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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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