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 맥주계의 전설’ 콜비 챈들러 비법 전수
“맥주와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을 고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난 5월 말 한국을 방문한 수제 맥주계의 전설로 불리는 콜비 챈들러(48·미국 밸라스트포인트 수석양조자)는 서울 강남의 한 크래프트 비어 펍에서 맥주를 맛있게 먹는 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펍에는 챈들러를 만나기 위해 많은 맥주 마니아들이 모여들었다. 챈들러는 2013년 한국에 소개돼 수제 맥주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스컬핀 인디언 페일 에일’ 레시피를 직접 개발한 맥주 장인이다.콜비 챈들러
그는 한국에서 ‘치맥’(치킨+맥주)하면 보통 얼음잔에 담아 먹는 라거 맥주를 떠올리지만 라거는 오히려 매운 음식을 먹을 때 더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리맛이 강한 맥주는 매운 맛을 반감시키는 효과가 있다”면서 “떡볶이 같은 음식에는 라거 맥주가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적정 온도를 맞추는 것도 맥주의 맛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맥주를 무조건 차게 마시는 경향이 있는데, 온도가 낮아지면 특유의 아로마(향)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고 조언했다.
레시피에 따라 개성이 두드러지는 수제 맥주는 에일 맥주 종류가 대부분이다. 재료의 풍부한 맛을 음미하려면 찬 것보다는 시원하게 먹는게 좋다는 설명이다. “에일 맥주의 경우 상온 7~9도 정도로 맞춰 놓습니다. 하지만 버드와이저 같은 대량생산 라거 맥주는 가볍고 단조로운 맛이 특징이기 때문에 온도를 높이면 오히려 맛이 떨어지죠. 그냥 차게 해서 드세요.”
수제 맥주 열풍이 막 일기 시작한 한국의 수제 맥주 수준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했다. “어제 하루 동안 10군데 이상의 펍을 돌며 맥주를 마셨어요. 일일이 기억은 안나지만 펍 ‘사계’에서 만든 맥주나 ‘고래맥주’ 같은 맥주는 수준급이더군요. ‘데블스도어’도 좋았고요. 한국에서도 맥주 맛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만큼 앞으로 좋은 수제 맥주가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사진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2015-07-04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