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晝讀夜讀…파주출판단지 24시간 도서관 ‘지혜의 숲’

[커버스토리] 晝讀夜讀…파주출판단지 24시간 도서관 ‘지혜의 숲’

입력 2014-11-01 00:00
수정 2014-11-0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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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m 서가 길이만 3.1㎞ 앉고 눕고 기대고 ‘시민 서재’

경기 파주시 회동길 파주출판단지 내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오후 7시쯤이면 300곳 넘는 출판사와 인쇄소, 물류센터 등에서 일하는 1만여명의 출판 종사자들로 종일 북적이던 거리는 썰물이 지나간 듯 고요해진다. 그 정적을 깨워 밤을 밝히는 것은 센터의 심장처럼 자리한 ‘지혜의 숲’. 지난 6월 문을 연 국내 최초의 24시간 개방형 도서관이다. 1~3관을 합하면 모두 2만㎡ 규모로, 진열된 장서만 20만권에 이른다. 모두 개인 장서가들과 출판사로부터 기증받은 책들이다. 오후 5시와 8시 각각 문을 닫는 1, 2관과 달리 3관은 꼬박 밤을 밝힌다. 6~8m의 천장 높이까지 빽빽하게 채운 서가 길이가 3.1㎞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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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주말 저녁을 맞아 경기 파주시 회동길의 ‘지혜의 숲’을 찾은 독서객들이 높이 6~8m의 대형 서가에서 여유롭게 책을 고르고 있다. 개관 넉 달을 넘기며 도서검색시스템이나 전문 사서 없이 ‘24시간 개방’하는 운영시스템을 놓고 안팎에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지난 26일 주말 저녁을 맞아 경기 파주시 회동길의 ‘지혜의 숲’을 찾은 독서객들이 높이 6~8m의 대형 서가에서 여유롭게 책을 고르고 있다. 개관 넉 달을 넘기며 도서검색시스템이나 전문 사서 없이 ‘24시간 개방’하는 운영시스템을 놓고 안팎에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밤이 깊어가는데, 3관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다. 여기저기 놓인 소파에 내 집 거실에서처럼 자유분방한 자세로 누워 책장을 넘긴다. 더러는 귀퉁이의 카페에서 시간을 잊은 독서가 한창이다. 넉넉한 공간의 여유가 무엇보다 인상적이다. 옆 사람의 인기척에 민감해지는 기존의 도서관들과는 완전 딴판이다. 기하학적 모양의 책상과 조명은 카페 소품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일반 도서관과는 달리 이곳의 책들은 대여를 위한 바코드가 붙어있지 않다. 단순 열람보다는 적극적인 독서 행위를 권장한다는 차원에서 책에는 기증자의 낙서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

개관 이후 넉 달여 동안 이곳을 찾은 평일 하루 방문객은 줄잡아 300여명. 주부 김미정(43·경기 고양시 대화동)씨는 “‘종이 무덤’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긴 하지만, 운치 만점의 ‘시민 서재’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지혜의 숲은 인근 신도시 주민들 사이에 부부 싸움을 하면 집을 나와 밤을 지새워 독서로 화를 푸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는 농 섞인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신개념을 표방하고 탄생한 지혜의 숲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인문학적 르네상스를 도모한다’는 출판인들(파주출판문화재단)의 의지에 국회가 호응해 7억원의 국비가 투입됐지만, 전문 사서 대신 책을 관리해 주는 권독사(勸讀士)들의 자원봉사로 어렵사리 운영되고 있다. 출판단지 내 출판인들은 “지혜의 숲이 ‘책 무덤’에 그치지 않으려면 전문 사서와 권독사의 역할 분담 등 독서의 공공성과 전문성을 담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4-11-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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