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름의 안식처’… 위탁모 박옥희씨의 하루
“마마마(엄마).”위탁모 봉사를 하고 있는 박옥희씨가 22일 서울 노원구 자택에서 위탁 아동과 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민호는 지난 6월 엄마 박옥희(41)씨의 품에 처음 안겼다. 민호를 낳은 사람은 미혼모다. 박씨는 민호가 새로운 부모를 만날 때까지 위탁해 돌보는 ‘임시 엄마’다. 2011년부터 사회복지법인 대한사회복지회에서 위탁모 봉사를 해 온 박씨는 “떠나 보낼 땐 마음 아프지만 이 일만큼 따뜻하고 보람찬 일이 없는 것 같다”면서 “아이가 오면서 집안에 웃음꽃이 피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양부모가 나타나면 언제든지 민호를 떠나 보내야 하지만 박씨는 민호를 마음으로 품어 기른다. 혹여 아이가 다칠까 뾰족한 물건들을 모두 치우고 가구 높이도 낮췄다. 위탁 첫날 거실에 놓인 종이를 씹어 먹는 민호를 보곤 화들짝 놀라 종이책들을 모두 방으로 옮겼다. 최근엔 분유를 잘 먹지 않는 민호를 위해 요구르트 제조 기계도 샀다. ‘플레인 요구르트’는 민호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간식이다.
박씨는 “처음 민호가 왔을 때 잘 먹지도 않고 손가락에 상처가 날 때까지 입으로 빨아 ‘혹시 많이 못 안아 줬나’, ‘먹을 게 부족했나’ 하고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다행히 웃기도 잘 웃어 그저 고맙다”고 털어놨다.
찬바람이 불면서 천식이 있는 민호가 혹시 감기에 걸리지는 않을까 걱정이라는 박씨의 목소리에는 진짜 엄마 못지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 박씨는 “여름엔 뭐에 물리기라도 하면 약한 피부가 찐빵처럼 부풀어 오르는 민호 때문에 온 가족이 모기 잡기에 나서기도 했다”면서 “아프지 말고 그저 건강하게 잘 자라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뽀로로 색연필과 TV 광고 보기를 가장 좋아하는 민호는 오는 27일 박씨 가족과 함께 첫돌을 맞는다. 박씨는 “가족끼리 외식이라도 하러 나가면 사람들이 큰아이와 민호를 번갈아 보며 남편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다”면서 “재롱둥이 민호를 보면 위탁모 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미소 지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3-11-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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