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희진·이근아 기자의 아무이슈] 2030 신드롬 ‘가짜사나이2’
불안한 고용·빨라진 퇴직·내집 마련 등‘포기’에 익숙해져 버린 밀레니얼 세대
다시 일어서는 출연자 모습에 대리만족
일반인 대신 유명인들 출연한 시즌2
‘모자란 개인의 갱생기’ 명분 옅어져
강압·위계적 군대문화 미화 지적도
‘가짜사나이 시즌2’에서 훈련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캡처.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 제공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 제공
노골적으로 참가자에게 욕설을 퍼붓고, 숨 넘어가기 직전까지 단체 구보를 시킨다. 누운 채 몇십 분간 파도에 맞서던 참가자는 급기야 구역질을 한다. 시청자들의 환호는 커진다. “이건 정말 진짜다!”
일반인의 특수부대 훈련기를 담은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 얘기다. 시즌1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1일 시작한 시즌2는 첫 회부터 1279만 뷰(11일 기준)를 돌파하며 대박 행진이다. 지상파 방송에서도 출연진 모셔 가기에 혈안이다. 치솟는 인기만큼 가학성 논란도 뜨겁다. 사람들은 이들에게 왜 환호하고 있을까.
‘가짜 사나이’에는 스타 연예인이 없다. 악마의 편집도, 조작이 의심되는 장면도, 억지 감동도 없다. 훈련은 더할 수 없이 잔혹하고 욕설은 ‘리얼’하기 짝이 없다.
‘가짜사나이 시즌2’ 제작사 측에서 공개한 홍보 사진. 일각에서는 시즌2에서 이뤄지는 훈련의 강도가 지나치게 세고, 잔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 제공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 제공
‘안 죽어, 버텨!’라고 외치는 교관의 호통 속에 기어코 일어서고야마는 참가자에게 박수가 쏟아진 이유다. 밀레니얼 시청자들은 이처럼 평범 또는 평범 이하의 참가자들이 나약함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보일 때마다 대리 만족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실제 시즌1 참가자 6명(1984~1999년 출생)도 모두 밀레니얼 세대다.
교관들의 독창적인 캐릭터도 화력을 보탰다. 체험형 밀리터리 콘텐츠는 교관이 부차적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가짜사나이는 교관의 매력을 보여 주는 데 인색하지 않다. 실제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자원입대해 대한민국 해군 장교가 됐다는 이근 전 해군 예비역 대위는 참가자들보다 더 큰 팬덤을 형성했다. 특히 솔직하고 직설적인 그의 말투가 인터넷 밈(meme·특정 콘텐츠를 대중이 따라하고 놀이로 즐기는 현상)화하면서 입소문 효과를 키웠다. 시즌2는 결이 살짝 달라졌다. 전 국가대표 골키퍼 김병지,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곽윤기 등 유명인들이 대거 출연한다. ‘평범하고 모자란 개인의 갱생기’라는 시즌1의 공식을 버린 셈이다. 훈련 내용은 더 가학적이다. 일각에서는 강압적이고 위계적인 군대 문화를 합리화하거나 미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짜사나이 시즌2’ 제작사 측에서 공개한 홍보 사진. 일각에서는 시즌2에서 이뤄지는 훈련의 강도가 지나치게 세고, 잔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 제공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 제공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uenah@seoul.co.kr
2020-10-12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