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왜 코 푸냐” “놀고 앉았네”… 사장님이 보고 있다, 일거수일투족

[단독] “왜 코 푸냐” “놀고 앉았네”… 사장님이 보고 있다, 일거수일투족

박상연 기자
입력 2022-10-10 17:54
수정 2022-10-11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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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감옥’… 숨 막히는 내 일터

부당지시 반대한 뒤로 집중 감시
분 단위 트집 잡으며 사직 강요도
간식하며 업무 본다고 대뜸 폭언
체불 등 신고 보복 근거로 활용
동의 없는 활용 과태료 무용지물
고용부·인권위 등 공권력은 ‘한계’
“CCTV 통제 심해지면 건강 위협
정부 차원 정기점검 등 대책 시급”
경총 “직장 괴롭힘 증거 등 순기능
개인정보 바른 관리 지원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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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차 보육교사 40대 박희주(가명)씨가 폐쇄회로(CC)TV로 일과를 감시당한 건 어린이집 원장의 부당한 지시에 반대 의견을 피력한 뒤부터다. 원장의 CCTV 모니터에서는 박씨의 주요 동선이 잡히는 ‘8번 카메라’가 수시로 확대됐다. 원장은 지난해 말부터 박씨를 수시로 불러 “왜 여기서 물을 마셨냐”, “왜 여기서 코를 풀었냐”, “다른 직원과 화장실에 같이 들어갔던데 무슨 이야기를 나눴냐”며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 올 초 원장은 박씨가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5분 이상 안고 있는 장면을 CCTV로 보고 아동 학대라며 사직을 권했다.

박씨는 10일 “출근한 순간부터 분 단위로 기재하면서 ‘이 시간에 뭐 했냐’, ‘왜 그렇게 했냐’고 물어보는 원장을 보며 항상 긴장해야 했고, 하루 평균 5~6번 불러내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며 “결국 정신과 약까지 먹었다”고 털어놨다.

CCTV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노동자에게 일터는 숨 막히는 감옥이 된다. ‘파놉티콘’(원형 감옥)에 갇힌 죄수처럼 간수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동자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데도 ‘을’의 위치인 이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구제할 수 있는 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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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5년간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이메일 제보 144건을 보면 직장 내 CCTV 감시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CCTV를 통해 노동자 근태를 관리하거나 CCTV를 활용해 일을 지시하고 추가 감시를 경고해 압박하거나 실제로 징계를 내리는 일 등이다.

우선 직원 동의를 받지 않거나 거짓으로 CCTV 설치 동의를 받는 유형이 있다. 범죄와 화재 예방, 시설 안전 목적으로 직원 동의를 받아 놓고서는 노동자 근태 관리에 CCTV를 활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단순히 CCTV로 감시하는 일을 넘어 CCTV를 주시하다가 노동자에게 직접적으로 일을 지시하는 사례도 있었다. 간호사로 일하는 김현아(가명)씨는 2019년 다른 직원들과 간식을 나눠 먹으며 남은 업무를 보던 중 이 모습을 병원 내 CCTV로 지켜보던 병원장에게 “놀고 앉아 있다”는 폭언을 들었다. 닷새 후 병원장은 “앞으로 근무 중 음식 먹는 행위가 적발되면 근무 태도 불량으로 사유서를 받겠다”고 경고했다.

사장이 직원에게 CCTV로 감시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거나 심지어 임금 체불,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신고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CCTV를 돌려 보면서 징계 근거를 찾는 사례도 있다고 직장갑질119는 설명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사업장 내에 CCTV를 설치하고 운영하려면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하며, 목적 외 활용은 엄격히 제한된다. 동의 없이 근태 관리 등을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하면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CCTV를 통한 노동 감시가 이뤄졌을 경우 구제처로 국가인권위원회와 고용노동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 등이 있지만 든든한 동아줄로 보기는 힘들다.

인권위는 CCTV가 목적 외 용도로 활용되지 않도록 시정 권고를 할 수 있지만 진정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이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침해 사건으로 제한된다.

고용부가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은 CCTV 설치가 노사협의회 협의 사항으로 규정됐는지를 판단하는 수준이다. 노사 협의 없이 설치돼도 과태료나 벌칙 규정 없이 시정 조치에만 머무른다. 이마저도 노사협의회가 없는 상시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논의조차 할 수 없다. 사실상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를 통해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데, 2019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접수된 CCTV 관련 신고 46건 중 과태료 부과는 4건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고용부가 개보위와 함께 노동자 감시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정부 차원의 정기 점검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보위 관계자는 “연말 완성을 목표로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 인사노무편’을 보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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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CCTV를 통한 통제와 감시가 심해지면 우울 증상이 나타나거나 건강에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고 지적했다.
2022-10-1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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