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일본서 ‘암호화폐 환치기’ 창구 된 농협은행

[단독]일본서 ‘암호화폐 환치기’ 창구 된 농협은행

입력 2021-12-22 22:48
수정 2021-12-2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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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체크카드 해외 ATM 인출한도 없어
일본서 인출한 현금으로 암호화폐 구매

#A씨는 일본에 거주하는 지인 B씨 등과 공모해 ‘김치 프리미엄’(김프)을 노린 비트코인 매매를 하고 있다. A씨가 국내 NH농협은행에서 통장과 체크카드를 만든 뒤 체크카드를 B씨에게 국제 우송하면 B씨는 A씨 체크카드로 일본 내 편의점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하루 최대 10억원 이상의 현금을 인출한다. 인출한 돈으로 일본 가상자산(암호화폐)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해 A씨에게 전달하면 A씨는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에 되팔아 시세차익을 올린다. A, B씨 등의 비트코인 환치기 거래를 알고 있는 C씨는 “환치기 한 번에 보통 구매 금액의 10% 수익을 올리는데, 300억원을 순차적으로 투입해 30억원의 수익을 올린 이들도 있다”고 털어놨다.

22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 체크카드 중 농협 체크카드만 올 5월 공지와 달리 해외 ATM 인출 한도를 제한하지 않고 풀어놔 김프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리는 한일 간 암호화폐 환치기(불법 외환거래)와 자금세탁 창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암호화폐 환치기 세력들은 일본 현지의 ATM을 이용한 농협 체크카드 현금 인출로 외국환거래법 등 국내 법망을 피하고 있다. 농협 체크카드 회원 570명이 월 최대 1321억원대를 인출하기도 했는데, 570명 모두 1인당 평균 인출액이 외국환거래법상 한도인 5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농협은 1인당 1000만원이 넘는 의심 거래를 감시하는 ‘자금세탁방지부’까지 뒀으면서도 매달 수백억원이나 되는 현금의 국외 불법 유출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금융 당국은 농협의 과도한 현금 인출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고, 관세청은 불법 인출이 1년 가까이 지속되는데도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한일 간 김프를 노리는 비트코인 환치기 세력들은 도쿄와 오사카에 있는 세븐뱅크(편의점) ATM을 환치기 자금 조달 저수지로 악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전달받은 농협 체크카드로 도쿄·오사카의 편의점 ATM에서 하루 최대 수십억원씩 인출해 비트코인 구매 금액을 확보한다. 인출한 돈으로 일본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하고 국내 일당에게 넘긴 뒤 되팔아 시세차익을 올리고 있다.

농협은 해외 체크카드 현금 인출이 암호화폐 불법 환치기와 연관 있다는 지적에 따라 5월 14일 월 인출 한도를 기존 카드당 2만 달러에서 1만 달러(약 1190만원)로 줄인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한도 제한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1~10월 일본 체크카드 현금 인출 현황’에 따르면 일본 ATM을 통한 농협 체크카드 인출액은 3월부터 불기 시작하더니 5월 1321억 2912만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카드당 월평균 인출액은 8월을 제외하곤 모두 한도를 초과했고, 8·9월을 제외한 나머지 달 인출자들은 모두 현행법상 1인당 월평균 인출액 한도인 5000만원을 위반하는 금액을 인출했다. 이와 관련해 농협 측은 “2018년 2월 고객 요청에 따른 무제한 인출을 중단할 때 소급 적용을 하지 않아 예전 회원들이 고액 인출한 것 같다”면서 “내년 1월 1인당 한도를 신설하고 소급 적용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2021-12-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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