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혁·김동훈 주무관… 인사이동 땐 몇 달치 야근 걱정
국새에도 ‘생활의 달인’이 있다. 1년에 1만 2000장가량 되는 임명장, 훈·포장, 중요 외교문서에 국새를 찍다 보니 터득한 달인만의 비법이 있기에 가능하다. 3.38㎏이나 되는 국새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해 꽉 붙잡고 국새를 찍다 보니 국새 윗부분 무궁화 꽃잎 문양에 손바닥이 박여 생긴 굳은살은 이들에게 영광의 상처이자 노동의 증거나 다름없다.곽상혁(왼쪽) 행정자치부 주무관과 김동훈(오른쪽) 인사혁신처 주무관이 국새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김 주무관은 “처음 6개월은 국새를 잡은 손에 땀이 나서 미끄러지기 일쑤였지만 굳은살이 박인 후부터는 더 잘 찍게 됐다”며 웃었다. 6년간 국새를 잡아온 곽 주무관도 “손바닥에 물집이 잡힌 채로 1시간에 150장 넘게 훈포장에 국새 찍는 일을 한 적도 있다”면서 “물집 속에서 피가 나는 것도 참고 일하다 보면 굳은살이 생기더라”고 덧붙였다.
국새 직인은 임명장·훈포장의 화룡점정이다. 김 주문관은 국새 잘 찍는 법을 묻자 덤덤하게 “팔 힘으로 국새를 들고 수평으로 찍기 위해서 정신을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인사이동이 몰리는 연말·연초는 야근의 연속이다. 김 주무관은 “대통령이 개각을 언급할 때마다 몇 달치 야근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부터 난다”고 말했다.
김 주무관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제작한 국새 가운데 3대부터 5대까지 세 종류를 모두 사용해 본 특이한 이력도 갖고 있다. 2008년 공무원이 된 뒤 4대 국새를 사용했지만 2010년 8월 4대 국새가 추문에 휘말리면서, 수장고에 들어 있던 3대 국새를 다시 꺼내 썼기 때문이다. 그는 “3대 국새는 거북이 모양이라 잘 미끄러졌다. 5대 국새는 모양이 복잡해서 손바닥이 아프다”면서 “사실 손에 잡기에는 4대 국새가 가장 좋았다”고 귀띔했다.
전통적으로 서예와 전각은 매우 가까운 분야다. 대학에서 서예를 전공한 두 사람에게 국새는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 곽 주무관은 “쉽게 인쇄하지 않고 굳이 직접 작성하는 이유를 묻는 사람들도 있지만 서예와 도장 문화는 한국의 고유문화로 전승해야 할 전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15-02-0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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