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탐방] ‘괴물’ 촬영지 한강가다

[주말탐방] ‘괴물’ 촬영지 한강가다

입력 2006-08-05 00:00
수정 2006-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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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을 보고 나면 한강이 다소 낯설어진다. 속속들이 다 안다고 생각했던 가족이 어느 순간 남으로 느껴지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영화의 배경은 모두 실재한다. 간이매점과 하수구 은닉처는 세트로 만들었지만, 이것도 실제 배경을 고스란히 옮겨 왔다. 한강 모습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썼기 때문이다. 괴물에 등장하는 한강의 낯선(?)모습을 찾아가 본다.(기사 구성상 영화의 핵심 내용이 일부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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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은 한강을 다채로운 색감으로 그려낸다. 여의도지구 간이매점은 삶의 터전으로, 괴물과 사투를 벌인 이촌지구는 전쟁터로 다가온다.

현서(고아성 분)가 며칠간 홀로 보낸 원효대교 북단 하수구에선 외로움이, 할아버지 희봉(변희봉 분)이 숨을 거둔 동작대교 북단에선 애달픔이 묻어난다. 괴물이 수놓은 한강 고수부지를 지난 3일 돌아봤다.

# 서강대교 남단 여의도지구

간이매점은 강두(송강호 분)만큼이나 생명력이 강하다. 아버지를 잃은 후에도 강두는 매점에서 꿋꿋이 살아간다. 매점은 가로 5m, 높이 3.5m, 세로 2.5m 직사각형 컨테이너.

한강시민공원의 매점을 그대로 살린 세트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촬영기간에 여의도지구에 잠시 세워 두었다가 철거했다. 그러나 실제 매점은 영화속 매점보다 깔끔했다. 한강시민공원사업소가 지난 3월에 매점 외관을 단장한 덕분이다. 더욱이 서울시가 올해부터 매점 주류판매를 금지한 상황이라 현서가 그리워하던 맥주는 마시기 힘들어졌다. 괴물이 꼬리를 이용해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곳은 서강대교다. 어디에다 꼬리를 감았나 살펴 봤더니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이후 교각을 수시로 점검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철재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처럼 한강에는 오리배가 떠다녔다. 그러나 앞쪽에는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야외수영장이 펼쳐져 있다. 영화가 가을에 촬영돼 여름에만 문을 여는 수영장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다.

밤섬은 영화속 그날처럼 나무와 수풀로 우거져 있었다.

# 원효대교 북단 이촌지구

현서가 갇혀 있고, 강두 가족이 괴물과 마지막 전투를 펼친 곳은 원효대교 북단 이촌지구다. 자전거도로를 따라가면 주요 촬영지를 모두 만날 수 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질주하는 전철을 한강철교 아래에서 바라다 보면 남주(배두나 분)의 질주장면이 겹쳐진다. 영화에서는 10초가 넘지 않는 장면이지만, 남주는 고소공포증에 시달리며 달리고 또 달렸단다. 시설·보수가 많은 철교다 보니 교각마다 철재 구조물이 촘촘하게 매달려 있다. 이날도 철도청 직원들의 보수작업이 한창이었다.

강두 가족이 현서를 찾으려고 헤맨 하수구는 모두 실제 존재한다. 한강변에는 빌딩과 주택, 도로에서 모아진 빗물을 한강으로 내보내는 우수구와 하수구가 미로처럼 얽혀 있다. 봉준호 감독이 이곳을 샅샅이 뒤져 발견한 하수구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특히 원효대교 북단 밑에는 지름 40m짜리 하수구가 있다. 남주가 뛰어들어가다 괴물과 맞닥뜨리고, 병원을 탈출한 강두가 환자복을 입고 현서를 찾던 곳이다. 촬영 당시에는 시멘트 바닥이라 하수구 안까지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쏟아진 장맛비로 개흙이 쌓여 지금은 출입이 어려웠다.

다만 검은 하수구 속에서 으스스한 기운이 느껴졌다.

조현석 정은주기자 hyun68@seoul.co.kr

■ 영화 ‘괴물’ 옥의 티

네티즌 사이에서는 괴물의 영화 ‘옥에 티’ 찾기에 또 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다. 인터넷에는 네티즌들의 날카로운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오리배의 여유 현서가 괴물에 잡혀가는 장면에서 괴물이 나타나 사람들이 피신하며 죽고 난리인데 오리배를 타는 사람들은 너무 한가롭다고.

#현상금엔 세금이 없다? 현상금을 노리고 후배 남일을 경찰에 넘기려고 한 뚱게바라(임필성 역)가 “현상금엔 세금 자체가 없다.”라는 대사는 잘못된 것. 현상금은 원천징수 대상인 기타소득으로 20%가량의 세금을 문다.

#오징어 다리의 행방 강두가 오징어 긴다리를 몰래 먹다가 현서를 발견하고 다리를 오른쪽 주머니에 넣는데 나중에 아버지한테 꾸중을 듣고 꺼낸 쪽은 왼쪽 주머니이다.

#남주의 막강 휴대전화 남주가 한강물에 코까지 담갔다가 나왔는 데도, 휴대전화를 충전도 하고, 남일이한테 문자까지 받았다.

■ 시·시민 협조 영화완성도 높여

서울시는 한강의 대외 이미지를 높인 영화 ‘괴물’에 대해 촬영 초기부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강시민공원 사용료 975만원을 면제하는 것은 물론 일반인들의 통행이 금지된 밤섬의 촬영을 허가했다. 영화촬영을 위해 시설물 및 가로등의 임시이동도 가능케 했다. 한강시민공원사업소 관계자는 “괴물이 대작으로 완성된 배경에는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 한강에 괴물 진짜 살까

봉준호 감독이 괴물을 만든 배경에 대해 ‘고교시절 우연히 잠실대교 교각을 기어 올라가는 괴생물체를 목격했다.’고 밝혀 ‘한강에 괴물이 살까.’라는 궁금증을 낳고 있다.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영화속의 괴물과 같이 몸집이 거대한 괴생물체가 한강에 살기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괴물처럼 환경오염으로 인한 돌연변이 괴생물체는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국내·외에서는 괴생물체에 대한 목격담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가깝게는 백두산 천지에서 괴물로 추정되는 물체가 가끔 등장하고, 반조어(반은 물고기, 반은 새), 악어인간, 인면어(사람의 얼굴을 가진 물고기), 대왕오징어와 문어 등이 발견됐다.

지난 4월 한강 반포지구에서는 길이 140㎝, 무게 40㎏의 돌고래 ‘상쾡이’ 사체가 발견돼 괴생물체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 할아버지의 죽음

할아버지 희봉이 괴물에 맞서 싸우다 죽음을 맞이해 관객의 가슴을 찡하게 만든 곳은 동작대교 남단 시민공원이다.

# 피날레

강두와 남일(박해일 분), 남주 등 가족이 괴물과 마지막 한판 승부를 벌이는 피날레는 원효대교 북단에서 만들어졌다.

# 방역 작업

괴물이 출현한 뒤 경찰과 군인 등 관계당국이 방역작업에 나서는 장면이 촬영된 곳은 한강대교 남단 중지도이다.



# 남주의 질주

현서의 고모 남주가 조카 현서를 찾기 위해 잠자던 곳은 성산대교 아래 상판이며, 긴박한 모습으로 다리 아래 상판을 뛰어다니던 곳은 한강철교 북단이다. 현서를 찾기 위해 철탑 아래를 뛰어다니던 곳은 한강시민공원 잠원지구이다.



# 오프닝 장면

한강에서 2명의 낚시꾼이 새끼괴물을 낚았던 장면을 촬영한 곳은 잠실대교 북단 둔치 아래 강물이다. 평화로운 한강에 무서운 괴물의 등장을 예고한다.



# 괴물의 은신처

괴물의 은신처인 음산한 분위기의 하수구는 세트장에서 촬영됐다. 그렇지만 한강의 지류인 중랑천(한양대 부근 뚝방길)의 T형 우수구를 모델로 만들었다. 봉준호 감독은 장소가 좁아 촬영이 쉽지 않은 데다 촬영분이 많아 세트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 강두의 인질극

강두가 병원을 탈출해 인질극을 벌이던 곳은 한강이 아닌 경기도 안산시 이마트 근처 아파트 해안로에서 촬영됐다. 또 강두가 환자복 차림으로 딸 현서를 찾아 헤매던 곳은 원효대교 인근 하수구 입구인 원효 모리아로 불리는 곳이다.

# 괴물의 첫 등장

한강변에서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던 시민들과 매점에서 오징어 배달을 나가던 강두가 괴물에게 습격을 당하는 장면은 여의도 서강대교 남단 시민공원에서 촬영됐다.
2006-08-0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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