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한달 앞둔 생활형숙박시설…과징금 폭탄 풀 해법은?

불법 한달 앞둔 생활형숙박시설…과징금 폭탄 풀 해법은?

옥성구 기자
옥성구 기자
입력 2023-09-20 17:28
업데이트 2023-09-2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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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용 계속쓰면 다음 달부터 이행강제금 부과
현실적 문제에 10만실 중 1%만 오피스텔 전환
국토부, 추석 전에 생숙 관련 대책 발표할 예정
준주택 인정하거나 소급 적용에서 제외 등 거론
전문가 “생숙 제도 자체 대한 근본적 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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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형숙박시설 관계자들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앞에서 ‘이행강제금 부과 예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023.9.19. 연합뉴스
생활형숙박시설 관계자들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앞에서 ‘이행강제금 부과 예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023.9.19. 연합뉴스
몇 년 전까지 투자용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생활형숙박시설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내달부터 과징금 폭탄을 맞게 되며 ‘생숙 대란(大亂)’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생숙은 집으로 분류되지 않아 부동산 과세에서 제외되는 등의 이점에 분양 물량이 한때 급증했지만, 정부 규제로 이젠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했다.

생숙 소유자들은 “내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다”며 거리로 나왔지만, 정부는 뒤늦게 생숙을 합법화하는 것에 대해선 주저하는 입장이다. 다만 매년 수천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물리는 규제는 손보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계도기간을 늘리거나 이행강제금을 점진적으로 부과하는 등 당장의 출구전략은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20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생활형숙박시설 이행강제금 부과 문제에 대한 대책을 추석 전에 발표할 예정이다. 대책으로는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주택과 동일하게 세금을 매기거나 이행강제금 부과를 소급 적용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생숙은 주방시설 등 취사가 가능한 호텔형 숙박시설로 부동산 규제 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집값 활황기이던 2~3년 전 규제를 피한 대체제로 인기를 끌었다. 생숙은 청약통장 없이 분양이 가능하고 당첨 즉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며, 집이 아니어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도 빠진다. 다주택자의 경우엔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당시 시행사·분양업자들은 생숙을 ‘무풍지대’로 홍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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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형숙박시설 관계자들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앞에서 ‘이행강제금 부과 예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023.9.19. 연합뉴스
생활형숙박시설 관계자들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앞에서 ‘이행강제금 부과 예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023.9.19. 연합뉴스
그러나 2021년 정부가 생숙을 주거로 사용하려면 오피스텔과 주택 등으로 용도 전환을 강제하고, 이를 어기면 주거 사용에 따른 건축법 위반으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이런 조치는 준공 후 사용 중인 생숙까지 소급 적용한다. 다만 당장 용도 변경이 어려울 것을 감안해 2년간 퇴로를 열어뒀고 다음 달 14일이면 그 유예기간이 끝난다.

결국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소유자들은 다음 달부터 매년 공시가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할 상황에 처했다. 가령 공시가가 3억원이면 오피스텔이나 주택으로 전환하지 않은 생숙 소유자는 매년 3000만원을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생숙의 용도 변경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생숙 약 10만실 중에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한 경우는 1% 수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생숙을 오피스텔이나 주택으로 전환하려면 건축기준을 맞춰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서다.

대표적으로 주차장 면수를 오피스텔에 맞추려면 훨씬 많이 확보해야 하고, 복도 폭도 맞춰야 한다. 오피스텔 용도 변경을 위해선 분양자 100% 동의가 필요한데 각기 이해관계가 달라 중지를 모으는 것조차 쉽지 않다. 사실상 건축물을 새로 짓지 않는 이상 생숙의 용도 변경이 불가능에 가까운 이유다.

생숙 소유자들은 매년 이행강제금을 내거나 숙박시설로 등록하는 선택지가 있다. 하지만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 영업 신고는 30호실 이상을 보유한 개인이나 위탁운영자만 가능하기 때문에 최소 30호실을 모아 위탁관리업체에 맡겨야 한다. 이 외에 생숙을 매각하는 경우의 수도 있지만, 이미 이행강제금 부과를 앞두고 불법으로 낙인찍힌 상태에서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생숙 소유자들은 결국 거리로 나왔다. 이들의 모임인 전국레지던스연합회는 지난 5일에 이어 전날에도 세종시 국토부 청사 앞에서 합리적 정책 개선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행강제금 부과를 유예하고 용도 변경 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대책 마련을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당장의 출구 전략을 내어줄 필요는 있다고 보면서도 생숙 제도 자체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약간의 계도기간을 더 준다든지, 이행강제금을 처음엔 적게 부과했다가 점진적으로 늘리든지 출구전략을 주는 정도는 있어야 한다”면서도 “원칙적으로는 숙박시설 형태를 주거로 이용하게 허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생숙 문제를 결국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근본적으로 생숙은 주택이 아니라 민박처럼 쓰는 용도로 도입했는데, 아파트를 규제하고 오피스텔까지 규제하면서 업자들이 생숙을 하기 시작한 것”이라면서 “생숙 제도가 잘못됐다면 고치든지, 폐지하든지 하는 근본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세종 옥성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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