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찍힌 소아중환자실 간호사의 ‘이 행동’…아기 엄마는 오열

우연히 찍힌 소아중환자실 간호사의 ‘이 행동’…아기 엄마는 오열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3-07-18 16:45
수정 2023-07-1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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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작년 11월 어린 딸이 소아중환자실 입원 당시 병실 안 의료진을 우연히 촬영하게 됐다고 15일 밝혔다. 사진은 소아중환자실 입원 당시 A씨 딸의 모습. 콧줄 고정 테이프가 하트모양로 잘라 붙여져 있다.  2023.7.15 인스타그램 jigoo_____ 캡처
A씨는 작년 11월 어린 딸이 소아중환자실 입원 당시 병실 안 의료진을 우연히 촬영하게 됐다고 15일 밝혔다. 사진은 소아중환자실 입원 당시 A씨 딸의 모습. 콧줄 고정 테이프가 하트모양로 잘라 붙여져 있다. 2023.7.15 인스타그램 jigoo_____ 캡처
“아구 이뻐” “너무 귀엽다 진짜” “사랑해”

어쩌다 켜진 베이비캠(아기 촬영 카메라)에 뜻밖의 장면이 포착됐다. 21개월 딸을 병원 소아중환자실에 두고 피 마르는 심정으로 일 년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던 엄마는 이 장면을 보고 오열했다.

A씨의 생후 21개월 딸은 작년 11월 간이식 수술 후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면회가 어려웠던 때라 엄마 A씨는 공기계 스마트폰을 의료진에 건네고 영상통화로나마 아기와 얼굴을 마주했다.

투병 중인 아기 이름으로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계정을 운영 중인 A씨는 15일 “아기의 소식을 기다리는 제 마음은 ‘애가 탄다’는 표현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혼자 있을 딸 걱정에 하루가 일 년 같은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기가 화면 속 엄마를 보고 너무 우는 탓에 이후로는 해당 기기로 사진과 동영상을 받아볼 수밖에 없었다.

수술 후 3일이 지났을까. A씨가 아기 걱정에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던 차에 베이비캠 알림이 울렸다. 홀린 듯 스마트폰을 작동하자 화면에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아기가 보였다.

A씨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얼떨떨한 와중에 아기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어 일단 화면 녹화를 했다. 분명 베이비캠 앱을 종료하고 전달했는데, 스마트폰을 조작하시다 실수로 앱을 켜면서 카메라가 작동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때, 스마트폰 너머로 소아중환자실 간호사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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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작년 11월 어린 딸이 소아중환자실 입원 당시 병실 안 의료진을 우연히 촬영하게 됐다고 15일 밝혔다. 2023.7.15 인스타그램 jigoo_____ 캡처
A씨는 작년 11월 어린 딸이 소아중환자실 입원 당시 병실 안 의료진을 우연히 촬영하게 됐다고 15일 밝혔다. 2023.7.15 인스타그램 jigoo_____ 캡처
아기에게 다가온 간호사는 곁에서 쉴 새 없이 “예쁘다”, “사랑한다”는 말을 건넸다.

간호사는 다정한 목소리로 아기 이름을 거듭 부르며 “엄마랑 아빠랑 ○○ 기다리고 있대”, “너무 귀엽다 진짜” 등의 말을 건넸다.

가족사진을 보여주고 있는 듯 “이게 누구야?”, “아빠 알아?”, “엄마 알아?” 등의 질문도 던졌다.

한 간호사가 다른 간호사에게 “아까 테이핑하는데 ○○가 너무 힘들어했다”고 언급하며 “미안해”라고 말하는 내용도 들렸다.

A씨는 “두 눈을 끔뻑거리는 딸 곁에서 ‘예쁘다’, ‘사랑한다’ 수십번 말씀해주시던 간호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날 밤, 녹화된 동영상을 수도 없이 돌려보며 참 많이도 울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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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작년 11월 어린 딸이 소아중환자실 입원 당시 병실 안 의료진을 우연히 촬영하게 됐다고 15일 밝혔다. 2023.7.15 인스타그램 jigoo_____ 캡처
A씨는 작년 11월 어린 딸이 소아중환자실 입원 당시 병실 안 의료진을 우연히 촬영하게 됐다고 15일 밝혔다. 2023.7.15 인스타그램 jigoo_____ 캡처
그는 “솔직히 모른 척하고 틈틈이 아기가 뭐 하고 있나 소리라도 들어볼까 하는 욕심도 들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카메라를 꺼달라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A씨는 ‘믿고 따라야 할 의료진들께 해서는 안 될 행동으로 상처를 드려선 안 된다’는 생각에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덧붙였다.

아기 엄마는 평소에도 소아중환자실 간호사들의 정성스러운 손길에 감사하고 있었다고 한다. A씨는 매일 같이 바뀌던 딸의 머리 모양, 하트모양으로 잘라 붙여준 콧줄 고정 테이프, 일반병동으로 옮기던 날 건네받은 아기 사진 액자, 숱한 동영상에 담긴 의료진의 사랑 가득한 목소리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중환자실 의료진은 부모의 역할도 같이 수행한다고 했던 말씀이 무엇인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최근 병원에 갔다가 마주친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이제 건강해진 아이를 한참 바라보고 어루만져줬다고 언급하면서 정작 본인은 “(간호사분들) 얼굴도, 성함도 모르고 제대로 된 감사 인사 한번 드리지 못해 아쉽고 죄송하다. 영상을 보신다면 꼭 연락 달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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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작년 11월 어린 딸이 소아중환자실 입원 당시 병실 안 의료진을 우연히 촬영하게 됐다고 15일 밝혔다. 2023.7.15 인스타그램 jigoo_____ 캡처
A씨는 작년 11월 어린 딸이 소아중환자실 입원 당시 병실 안 의료진을 우연히 촬영하게 됐다고 15일 밝혔다. 2023.7.15 인스타그램 jigoo_____ 캡처
그는 “물론 사회 어딘가에선 의료진의 아동 학대, 의료사고 은폐 등 말도 안 되는 일도 일어난다. 평범한 아기 엄마로서 이런 일에 분노한다”면서도 “동시에 대다수의 존경스러운 의료진이 고통받는 작은 생명들을 위해 굳건한 사명감으로 몸을 갈아 넣어가며 일해주는 귀하고 훌륭한 모습에 감사드리고 싶었다”며 사연을 공개한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영상 속 간호사가 누구인지 몰라 (영상 공개를) 허락받지 못했다. 영상을 공유하기까지 참 고민이 많았다”면서 “그럼에도 우리 선생님들께 소중한 자녀들을 믿고 맡기셔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다 올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끝으로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아가들과 돌보느라 고생하시는 보호자 분들께도 심심한 위로와 응원과 기도를 보탠다”며 글을 마쳤다.

이후 서울아산병원은 A씨가 공개한 동영상 속 간호사가 자사 소속이 맞다고 밝히는 한편, A씨의 계정 댓글을 통해 “아기와 부모님의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을 응원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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