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를 부탁해… 마라도 고양이를 바라보는 두 시선

길냥이를 부탁해… 마라도 고양이를 바라보는 두 시선

강동삼 기자
강동삼 기자
입력 2023-02-23 09:06
수정 2023-02-23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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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반출 반대 누리꾼들 “쥐 잡겠다고 섬에 데려올땐 언제고”
반출 찬성 누리꾼들“고양이만 동물이고 뿔쇠오리는 조류라서?”
“동물보호단체의 반대를 위한 반대 사회갈등만 부추겨” 지적도
대안없이 도 넘는 비방 자제 목소리 높아져…공존의 길을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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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인근 해상에서 찍은 뿔쇠오리의 모습.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 제공
마라도 인근 해상에서 찍은 뿔쇠오리의 모습.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 제공
“필요하다고 데려올 땐 언제고.” “쥐잡겠다고 섬에 들였으면 신경 썼어야지. 고양이 때문이라는 명확한 근거도 없이 고양이 탓만 한다.” “100마리 내보내고도 안 떨어지면 사람도 내보낼 거냐.”(마라도 고양이 반출을 반대하는 댓글들)

“왜 특정 종에만 편애하는지 의문입니다. 진짜 동물보호단체 맞습니까. 고양이가 재미로 사냥해서 죽이는 새들은 동물이 아닌가요” “단체에서 한 직원당 두마리씩만 입양해라.” “고양이는 동물이고 뿔쇠오리는조류라서? 너무 편파적 동물단체다.”(동물보호단체 반대에 이의를 제기하는 댓글들)

지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는 마라도 고양이를 섬밖으로 반출한다는 소식에 누리꾼들의 찬반양론이 와글와글 맞서며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비난 댓글이 이미 도를 넘을 정도여서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거세지고 있다.

지난 21일 철새와 고양이 보호 대책 촉구 전국행동이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마라도 고양이 몰살 위협을 중단하고 보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면서 공방은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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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고 다친 고양이를 구조하는 제주대학교 연구진의 모습. 문화재청 제공
아프고 다친 고양이를 구조하는 제주대학교 연구진의 모습. 문화재청 제공


앞서 문화재청은 마라도 내 고양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와 동물단체,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지난달 31일 구성했다. 또한 지난 17일 마라도 길고양이를 포획해 외부로 반출한 뒤 입양과 육지 방사, 타 지자체 양도하는 등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매해 2월쯤 마라도를 찾는 철새 뿔쇠오리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분명히 강조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는 “뿔쇠오리 등 섬에 서식하는 야생생물에 대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뜻을 함께 하지만, 문화재청은 고양이가 뿔쇠오리의 개체 수 감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밀어붙이기식으로 반출을 강행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고양이를 반출한 후 가정 입양과 안전한 보호를 약속하겠다고 했음에도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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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체로 발견된 뿔쇠오리의 모습.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 제공
사체로 발견된 뿔쇠오리의 모습.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 제공
하지만 동물보호단체의 기자회견은 되레 ‘뿔쇠오리 VS 고양이’ 공방으로 치달으면서 뜻하지 않는 사회 갈등만 유발시키고 있으며 진중한 대안 마련은 ‘뒷전’이 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동물단체 홈페이지에 댓글을 단 한 누리꾼은 “고양이는 특히 섬 지역에서 토착종 절멸의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2011년 메타 분석 결과 40개 섬에서 토착 야생동물 248개 종을 포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마라도 주민들도 고양이 반출에 동의한 마당에, “반출=몰살” 같이 공감이 어려운 주장을 하면서 이미 나와있는 논문과 생태학자의 조사결과, 전문 신문 기사, 수많은 목격자의 증언 등은 무시하며 ‘명확한 연구자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밑도 끝도 없이 반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마라도 고양이 입양 캠페인을 연다거나 임시 보호하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해 동물보호단체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23일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도 “반출 협의과정에서 단 한번도 ‘몰살’이란 표현을 쓴 적이 없는데 ‘반출=몰살’이라는 단어까지 쓰자 낙담했다”며 일일이 해명할 수 없는 입장을 토로했다.

또한 동물보호단체는 기자회견에서 “뿔쇠오리는 고양이가 접근하기 어려운 절벽 틈 사이에 알을 낳고 부화하기 때문에 까치, 매, 쥐 공격에 더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조류보호협회의 입장은 다르다. “뿔쇠오리는 평지에 앉았다가 절벽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육상부 평평한 부분에 앉을 때는 이미 비행을 해서 체력이 고갈된 상태이고 이 때를 고양이들이 노리고 있다가 덥썩 덤벼든다”고 밝혔다.

이어 “뿔쇠오리가 매의 공격을 받았을 때와 고양이 공격을 받았을 때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면서 “매는 뿔쇠오리의 내장만 먹고 나머지는 그대로 놔두지만, 고양이는 뼈까지 노리기 때문에 뿔쇠오리의 사체만 봐도 누가 해쳤는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털에 와글와글 시끄러운 것과 대조적으로 마라도 주민들은 고양이 반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비치지 않고 차분하게 지켜보고 있다. 왜냐하면 뿔쇠오리가 습격받는 것을 목격한 주민들은 반출에 찬성하는 편이지만, 반면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쥐가 다시 늘어나는 것도 싫어 고양이가 남아 있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한 마라도 주민은 “지금은 뿔쇠오리들이 섬으로 날아들고 있어 하루빨리 고양이 반출에 대한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면서 “중성화시킨 고양이는 반출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라고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한편 마라도를 거쳐가는 철새 개체수는 4541마리(2020년 봄 기준 환경부 철새지리정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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