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의 박지성… 월드컵 종횡무진 ‘언성 히어로’ 4인방
경기당 평균 거리 10㎞ 이상 질주
브로조비치, 14.39㎞ 압도적 1위
현대축구 ‘중원에서 버티기’ 중요
넓은 활동범위에 수비도 적극적
화려한 골 없지만 ‘팀 심장’ 역할
14일 새벽(한국시간) 아르헨티나와 크로아티아, 15일 새벽 프랑스와 모로코의 맞대결로 펼쳐지는 월드컵 4강은 이들 ‘체력왕’의 헌신 대결도 흥밋거리로 꼽힌다. 중원에서 활발히 오가는 이들은, 골이나 어시스트를 만들어 내는 주연들처럼 화려한 조명을 받지는 못했지만 찬사받아 마땅한 ‘언성(unsung) 히어로’들이다.
4강 진출팀의 체력왕을 보면 기본적으로 경기당 평균 10㎞ 이상씩은 뛴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많이 뛰어다닌 선수는 크로아티아의 마르첼로 브로조비치로 국제축구연맹(FIFA) 자료에 따르면 무려 71.95㎞를 뛰었다. 한 경기에서 11~12㎞를 뛰면 많이 뛰었다고 평가받는데 브로조비치는 평균 14.39㎞나 된다. 물론 16강 일본전, 8강 브라질전 모두 승부차기를 한 여파라고 해도 유독 많이 뛰긴 했다.
아르헨티나는 로드리고 데폴이 52.35㎞, 프랑스는 오렐리앵 추아메니가 51.69㎞, 모로코는 수프얀 암라바뜨가 59.3㎞로 가장 많이 뛰었다. 이들의 헌신은 단순히 거리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중원에서 활발히 오가며 태클을 시도하고 패스를 주고받는 역할도 부지런히 수행했다.
수비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모로코를 제외하면 브로조비치, 데폴, 추아메니는 모두 각 팀에서 패스를 주고받은 횟수가 가장 많다. 상대 공을 뺏기 위한 태클도 브로조비치 12회(2위), 암라바뜨 13회(2위), 데폴 8회(3위), 추아메니 9회(5위) 등 팀에서 상위권을 차지한다. 암라바뜨도 패스를 준 횟수나 받은 횟수가 1위는 아니지만 각각 2위(158회)와 4위(130회)로 중원에서 활발히 움직였다.
현대 축구는 중원에서 얼마나 잘 버티고 상대를 이겨 내느냐가 중요하다. ‘체력왕’ 선수들의 히트맵을 보면 가운데에서 얼마나 활발히 오갔는지 확인할 수 있다. 골을 넣는 총시간은 경기당 많아야 5분이 채 안 되지만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나머지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바로 이들의 활약에서 나온다.
4강까지 진출한 팀은 이제 이기든 지든 2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실력은 사실상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보면 결국 마지막까지 누가 더 잘 참고 뛰어 주느냐가 승패를 가를 수 있다. 주인공을 빛내 주기 위한 조연들의 치열한 혈투, 체력왕들의 마지막 헌신에 월드컵 트로피의 주인공이 달렸다.
2022-12-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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