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가브릴로프 우크라 국방 차관
한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가브릴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이 12일 서울 용산구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2.12
도준석 기자
도준석 기자
전날 한국에 입국한 볼로디미르 가브릴로프 우크라이나 국방 차관은 이날 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에서 한국 언론 중 서울신문과 최초로 만나 이 같이 말하고, 핵위협과 무관하게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예비역 소장인 가브릴로프 차관은 1992년 한국과 우크라이나 수교 이후 한국을 방문한 국방 분야 최고위급 인사다.
“푸틴 핵위협은 일종의 정치 전략”가브릴로프 차관은 러시아 본토 드론 공격 후 푸틴 대통령이 핵위협 수위를 높인 것에 대해 “푸틴 대통령의 핵위협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익숙하다. 핵위협이 고조된 게 사실이지만, 러시아 내부사정을 깊숙이 들여다 봤을 땐 일종의 정치 전략”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핵무기 사용 위협은 과거 타국에서도 사용 논의가 있었을 정도로 흔한 전술”이라며 “핵위협 수위가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정치적 압박에 불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무기 위협을 하든 말든 우크라이나는 계속 국방수호를 이어나갈 것이다.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 탈환 작전을 지속해나갈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존폐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가브릴로프 차관은 “핵무기 실제 사용시 후폭풍은 예측할 수 없다. 그건 러시아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정 국가에 핵무기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인접국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소련 당시 핵무기 사용 시나리오 훈련이 있었는데, 소련은 핵무기를 동반한 군사작전 시 자국에게도 위험요인이 너무 많다는 걸 학습했다고 가브릴로프 차관은 지적했다.
“러, 타국 침략했다면 공격받을 수 있다는 것 명심해야”
볼로디미르 가브릴로프 우크라 국방 차관
한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가브릴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이 12일 서울 용산구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2.12
도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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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러시아가 한 가지 명심했으면 하는 것이 있다”며 “무력으로 타국을 공격하고 침략했다면, 언제든 누구에게서든 공격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본격화하는 겨울전쟁, 전황과 전망가브릴로프 차관은 겨울전쟁 상황에 관한 질문에 “우크라이나군은 계절과 무관하게 계속해서 러시아군과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땅이 얼면 양국 모두의 기동력이 약화하는게 사실”이라면서도 “러시아군과 달리 우크라이나군은 우방국 지원과 더불어 명확한 전쟁 동기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브릴로프 차관은 “러시아군은 중앙집권적이다. 수장의 목소리가 크기 때문에 군 통수권에 있어서 제약이 상당히 많다. 오늘날 현대전을 효율적 또는 창의적으로 끌고 가기 어렵다”고 평가하며 이런 분위기가 러시아군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푸틴 정권이 어떤 도덕적 설명 과정 없이 군사를 동원하는 것 역시 러시아의 한계라면서 “이것이 러시아군이 자기 목숨 챙기기 급급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러시아군 상황이 우크라이나군 사기 진작에는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브릴로프 차관은 “우크라이나군에게는 국민 보호라는 충분한 동기가 있고 ‘머릿 수’가 두렵지 않다”면서 “상당한 병력 손실과 무기 부족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가 이 전쟁을 견딜 수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전쟁에서 최악의 참호전이 벌어지고 있는 ‘바흐무트 전선’에 대해선 “대략 1만㎢에 불과한 작은 영토를 지배하기 위해 러시아군이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매일 200~300명의 사상자가 발생 중이다. 러시아의 야망 실현을 위한 이런 희생이 안타깝다”고 일침했다.
러시아와 평화협상 결심 조건은
볼로디미르 가브릴로프 우크라 국방 차관
한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가브릴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이 12일 서울 용산구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2.12
도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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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평화협상을 위한 최우선 조건은 크름반도를 비롯한 모든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조건 하나만도 푸틴 정권에는 받아들이기 상당히 어려운 조건이다. 러시아 정권 자체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무런 소득 없이 군사력을 철수할 경우, 그동안의 손실에 대해 러시아 사회는 푸틴 대통령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관은 평화협상을 위한 다음 조건으로 전쟁 손실에 대한 배상도 필수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가 그간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입은 전쟁 손실을 배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런 조건도 푸틴 정권에선 수락하기 어려울 것이다. 러시아 경제가 파탄을 맞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번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감으로써, 푸틴 정권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도 실현 가능해지도록 만들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자유 수호를 위해 작전을 지속할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우크라, 미국과 끈끈한 관계”
볼로디미르 가브릴로프 우크라 국방 차관
한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가브릴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이 12일 서울 용산구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2.12
도준석 기자
도준석 기자
그는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최고의 지원자다. 최신 장비도 아낌 없이 지원하는 핵심 보급 국가”라면서 “장거리 탄도 미사일은 물론 하이마스 같은 무기 지원이 상당히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공통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특히 민주주의라는 공통성 때문에 우리는 상당히 좋은 관계다. 우크라이나도 자유 기반 국가인 만큼,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과 앞으로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이 전쟁 후 인프라 재건에 동참해주길”
한국의 지원 및 재건사업 참여와 관련해선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내주고 있는 정서적 지지에 감사한다. 전쟁 후 인프라 재건에 있어서도 국제사회와 동참해주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가브릴로프 차관은 “산업 차원, 기술 차원에서 한국이 힘을 써줬으면 좋겠다”면서 “특히 여러 유형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우크라이나에 전력 설비 지원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핵심 인프라에 대한 미사일 공습을 계속하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이 추운 겨울을 맞게 됐다”며 심각한 전력 문제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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