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만기 돌아오는 외화채권 35조… “제2흥국생명 나올라”

내년 만기 돌아오는 외화채권 35조… “제2흥국생명 나올라”

송수연 기자
송수연 기자
입력 2022-11-03 18:12
수정 2022-11-0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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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옵션 미행사… 시장 위축 우려

만기 규모 올해의 20% 이상 늘어
금리·환율 올라 상환·발행 부담
“신뢰 깨져 해외 돈줄 마를 수도”
한화생명 “내년 콜옵션 예정대로”
금융위 보험사 유동성 규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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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채권 규모가 올해보다 20% 이상 증가한 35조원에 달할 것으로 파악됐다.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단기자금 시장 경색이 외화유동성 조달 시장으로까지 번지며 ‘흥국생명 콜옵션(중도상환) 미행사’와 같은 유사 사례가 또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한국계 외화채권 규모는 약 249억 220만 달러(약 35조 3000억원)로 올해 204억 3929만 달러보다 21.8% 증가한다. 2024년에는 268억 7421만 달러로 만기 도래 외화채권 규모가 더 커진다.

2015∼2019년까지 외화채권 발행 규모는 100억 달러 대에 머물렀지만 2020년 253억 9000만 달러, 지난해 361억 1000만 달러, 올해 281억 500만 달러 등 200억∼300억 달러 수준으로 급증한 상태다.

전날 흥국생명이 오는 9일 예정된 5억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 파장이 일었다. 신종자본증권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실질 만기가 5년에서 10년으로 짧은 데다 금융사가 조기상환한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상품으로 꼽혀 왔는데, 이런 신뢰가 깨진 것이다. 그만큼 시장 상황이 위축됐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외화채권 시장 전반의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한구 금융투자협회 채권부 전문위원은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서 공장도 짓고 투자를 많이 하다 보니 해외채권을 발행해서 투자받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흥국생명과 같은 일이 발생하면 국내채권에 대한 외국인의 인식이 나빠져 앞으로 차환 발행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채권시장이 어려운 가운데 미국의 긴축정책 강화로 원달러 환율까지 올라 외화채권을 상환하거나 발행하는 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발행 비용에 해당하는 외화채권 신용 스프레드는 연초 145bp(1bp=0.01% 포인트)에서 지난달 말 기준 192bp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외화채권 신용 스프레드가 커질수록 외화채권의 시장 매력은 떨어진다.

흥국생명의 콜옵션 포기 소식에 생명보험 업계 2위인 한화생명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가격은 매도세가 한꺼번에 몰리기도 했다. 내년 4월 10억 달러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일을 앞두고 우려가 나오자 한화생명은 “예정대로 콜옵션을 행사해 내년 4월 상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 올해 말까지 생명보험사들의 유동성 평가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기업들의 유동성 지원 등을 위한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자금 납입 요청(캐피털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보험사 경영실태평가(RAAS) 시 유동성 지표의 평가등급을 1등급씩 상향 적용한다. 금융당국은 또 생명보험업계를 대상으로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채권매도 등은 가급적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2022-11-0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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