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박사’ 최건용 NC 다이노스 C팀 코치
학생 선수들 지도하며 심리 관리 중요성 깨달아
프로 경력 전무하지만 원활한 소통력 인정받아
기술 훈련 전 선수들과 대화… 경기력 향상 보여
“MLB처럼 국내도 전문 멘털 관리 확대됐으면”
동국대에서 스포츠 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NC 다이노스의 최건용 코치는 선수들을 지도하는 데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C팀 선수들을 지도하는 최 코치.
NC 다이노스·최건용 코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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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코치가 동국대 코치 재임 시절인 2013년 전국대학야구 춘계리그에서 우승한 뒤 선수들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
NC 다이노스·최건용 코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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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경력이 전혀 없는 인물을 프로팀 지도자로 영입하는 일도 흔한 일은 아니다. 백종덕 NC 홍보팀장은 “NC는 창단 때부터 프로 경력이 없어도 우리에게 필요한 인물이라면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그런 시도들이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면서 “최 코치의 영입도 그 연장”이라고 말했다.
2018년 취득한 동국대 스포츠 심리학 박사 논문 표지.
NC 다이노스·최건용 코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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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코치는 선수들이 겪는 심리적 문제의 예로 ‘입스’(Yips)를 꼽았다. 입스란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늘 해 오던 쉬운 동작도 실패 걱정에 따른 불안감으로 일반인보다 못한 수행 능력을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2017년 KBO 신인왕, 2018~2021년 4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획득한 키움 히어로즈의 이정후도 고등학교 시절 입스가 있었다고 고백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 코치는 “박사 학위를 받기 전 동국대 야구부 코치 시절 기술적으로 전혀 부족함이 없는 투수가 있었는데, 1루수의 땅볼 수비로 투수가 1루 베이스를 커버하는 백업이 자주 늦었다”면서 “이 친구에게 질책성으로 백업 훈련을 100번가량 시켰는데 결국 울면서 1루 베이스 백업이 무섭다고 고백했다”고 회상했다.
최 코치는 이후 선수들의 심리를 파악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제자에게 뒤늦게 사과했지만 아직도 미안한 감정이 남아 있다”면서 “그 이후 기술적 훈련을 하기 전에 모든 선수에게 항상 대화하는 습관이 생겼고, 그 습관은 제자들의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최 코치(오른쪽 두 번째).
NC 다이노스·최건용 코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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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코치는 지금 NC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을 가진 선수들이 몇몇 눈에 띈다고 했다. 그는 “어린 선수들은 기술적으로 뛰어나더라도 멘털 문제 때문에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이런 경우 정신적 훈련이 제대로 동반되면 훨씬 더 좋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과의 소통이라는 점을 최 코치는 거듭 강조했다. 특히 최근엔 선수뿐 아니라 팬들과의 소통도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고 언급했다. 팬들이 예전과 달리 자신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면서 실제 경기나 리그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 코치는 “넓게 본다면 구단이나 선수, 그리고 팬들 사이의 소통이 더 중요해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포수 이재용(왼쪽)과 대화하고 있는 최 코치.
NC 다이노스·최건용 코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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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코치는 “사고를 당했을 땐 의사보다 골든타임에 꼭 필요한 조치를 하는 119구급대원들의 역할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면서 “야구 현장에서 119구급대원처럼 선수들의 정신적 문제에 대해서도 즉시 응급 처치를 해줄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2022-03-0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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