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尹 TV토론 불발… 국민 우롱한 샅바싸움

李·尹 TV토론 불발… 국민 우롱한 샅바싸움

이민영 기자
입력 2022-02-02 22:30
수정 2022-02-03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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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방식 등 놓고 유불리 셈법
李, 지지율 0%대 김동연과 토론
“허세” “준비 안 돼” 상호 비방전
오늘 심상정·안철수와 4자 토론

이재명(왼쪽 얼굴)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오른쪽) 국민의힘 후보의 설 연휴 기간 양자 TV토론이 결국 무산됐다. 법원이 사실상 금지한 양자토론을 굳이 하겠다고 합의했다가 구체적인 토론 방식을 놓고 양보 없는 ‘샅바 싸움’을 벌인 끝에 파국으로 끝난 것이다. 당초 합의를 보고 양강 후보의 토론을 기대했던 국민을 우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열기로 양당이 합의했던 토론 맞대결이 무산되자 양측은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겼다. 강훈식 민주당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2일 페이스북에 “자료가 없으면 자기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토론을 못 하느냐”며 윤 후보를 비판했다. 반면 윤 후보는 전날 기자들에게 “(자료 지참 불가 같은) 다른 제안 조건을 대서 (토론을) 한다는 것은, 그런 허세를 부릴 거면 아예 양자토론을 하지 말자고 하든가. 저는 작년부터 (이 후보가) 토론을 하자길래 허세라 봤다”고 이 후보를 직격했다.

지난달 26일 법원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신청한 양자 TV토론 방송 금지 가처분을 받아들이자 다음날 국민의힘은 국회 혹은 제3의 장소에서 양자토론을 하자고 민주당에 제안했다. 법원이 금지한 방송사 초청이 아닌, 양당 합의에 의한 토론회 개최는 무방하다는 주장이었지만 ‘꼼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은 4자토론이 아니라 양자토론”이라는 논리를 댔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처음엔 4자토론부터 받아들이라고 주장했다가 양자토론 수용으로 입장을 바꿨고 양측은 31일 양자토론을 하기로 28일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은 설 전날인 31일 저녁 양자토론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29일 기류가 바뀌었다. 양측이 토론 주제와 방식을 놓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충돌한 것이다. 민주당은 정치·경제·도덕성 등 국정 전반을 다루자고 한 반면 국민의힘은 주제 제한 없이 자유토론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민주당이 한발 물러섰지만, 이번에는 자료 지참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민주당은 토론에 자료를 지참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자료 지참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국정 운영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토론을 참모들이 만들어 준 자료 없이는 못하느냐”는 논리를 댔지만, 암기력 테스트도 아닌데 굳이 자료를 지참하면 안 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후보자 토론회 관리규정에는 자료를 지참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두 후보 모두 말로는 토론을 하고 싶다고 하지만 실상은 둘 다 감추거나 보여 주고 싶지 않은 것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두 후보 모두 조금이라도 불리한 토론은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는 계산을 했거나 아니면 애초에 토론을 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윤 후보와의 양자토론이 무산되자 이 후보는 2일 저녁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와 양자토론을 했는데, 이것을 두고도 비상식적인 촌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두권의 이 후보가 첫 토론을 지지율이 1%에도 못 미치는 김 후보와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안 후보, 심 후보와 함께 3일 오후 8시에 열리는 4자 TV토론에 참석한다.
2022-02-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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