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ℓ 물로 하루 살 수 있나요? 지구온난화 일상까지 덮치다

50ℓ 물로 하루 살 수 있나요? 지구온난화 일상까지 덮치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0-11-11 17:32
수정 2020-11-12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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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물 사용량 0 수준의 ‘데이제로’
10년 내 전 세계 도시서 나타날 수도
허리케인, 해수면 온도 높아지면서
육지 상륙 후 소멸시간 점점 길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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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에서 발생하는 허리케인, 동아시아에서 발생하는 태풍 같은 열대성 저기압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점점 강도가 강해지고 육지에 상륙해서도 세력이 약화되지 않아 인명·재산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북대서양에서 발생하는 허리케인, 동아시아에서 발생하는 태풍 같은 열대성 저기압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점점 강도가 강해지고 육지에 상륙해서도 세력이 약화되지 않아 인명·재산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미국 제46대 대통령으로 결정된 조 바이든 당선인은 내년 1월 대통령 취임 후 가장 먼저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파리기후협약은 195개국이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는 국제적 약속이다.

음모론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구온난화가 아직 심각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그렇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생기는 극단적 기후 사례와 연구 결과는 속속 나오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대학교(OIST) 유체공학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 때문에 허리케인이 육지에 상륙한 뒤에도 세력이 약화되는 속도가 점점 늦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11월 12일자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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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에서 발생하는 허리케인, 동아시아에서 발생하는 태풍 같은 열대성 저기압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점점 강도가 강해지고 육지에 상륙해서도 세력이 약화되지 않아 인명·재산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북대서양에서 발생하는 허리케인, 동아시아에서 발생하는 태풍 같은 열대성 저기압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점점 강도가 강해지고 육지에 상륙해서도 세력이 약화되지 않아 인명·재산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일반적으로 태풍이나 허리케인은 해수면 온도가 높은 지역을 지나면서 수증기를 공급받아 몸집을 불린 뒤 육지에 상륙하면 수증기 공급을 더이상 받지 못하는 데다 지표면과 마찰이 일어나 급격히 세력이 약화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태풍이나 허리케인이 내륙 깊숙이 침투할 때까지 강도가 약해지지 않고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1967~2018년 해수면 온도 등 해양기후 변화와 허리케인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수면 온도가 상승할수록 허리케인이 육지에 상륙해 소멸되기까지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실제로 1960년대에는 허리케인이 육지에 상륙한 날 에너지의 75%를 잃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는 육지에 상륙해서도 에너지의 50% 이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스탠퍼드대, 해양대기관리청(NOAA) 지구물리학 유체역학 연구실, 프린스턴대 공동연구팀도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가 남아프리카 남서부 지역에서 발생한 ‘데이제로’의 원인이며 향후 10년 내에 전 세계 많은 도시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 11월 10일자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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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는 몇 년째 이어지는 극심한 가뭄 때문에 물이 바닥나 도시 전체 물 사용량이 ‘0’에 가까운 ‘데이제로’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미국 예일대 환경대학원 제공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는 몇 년째 이어지는 극심한 가뭄 때문에 물이 바닥나 도시 전체 물 사용량이 ‘0’에 가까운 ‘데이제로’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미국 예일대 환경대학원 제공
데이제로는 물이 완전히 바닥날 정도로 가물어서 하루 물 사용량이 ‘0’에 가까운 상태를 말한다. 실제로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경우 몇 년째 이어지는 가뭄 때문에 많은 도시가 데이제로 상태에 놓여 2018년에는 하루 물 사용량을 50ℓ로 제한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50ℓ는 90초의 짧은 샤워나 변기 물 1~2번 정도밖에 내릴 수 없는 양이다.

연구팀은 기후 예측 모델링 시스템을 이용해 이산화탄소 발생 수준에 따른 극심한 가뭄 발생 가능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현재와 비슷한 수준이나 좀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경우 케이프타운을 마비시킨 것과 같은 가뭄과 그로 인한 데이제로가 10년 내에 전 세계 곳곳에서 2~3년 간격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나 호주 남부, 남유럽, 남미 지역이 데이제로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예측이 나왔다.

살바토레 파스칼 스탠퍼드대 연구교수(수문기후학)는 “이번 연구는 현재 기후변화는 사람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20-11-1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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