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공통감염병의 역습
영미 공동연구팀 세균 진화 과정 연구‘집약적 축산’ 바이러스 감염 늘리고
돌연변이 발생시켜 종 장벽도 넘어
“가축들이 행복한 사육 환경은 필수”
20세기 들어 닭이나 오리, 소, 돼지 등 가축을 한 곳에 몰아넣고 키우는 집약적 축산이 보편화했다. 많은 고기를 한번에 얻기 위해 좁은 공간에 많은 동물을 키우는 집약적 축산법은 방목형 축산법과는 달리 가축들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감염병에 취약하다.
A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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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수공통감염병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인간과 동물의 서식지 공유 증가, 반려동물 증가와 함께 늘어난 유기동물, 관광과 교역 확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육류 소비가 늘어나면서 공급량을 확대하기 위해 널리 활용되는 집약적 축산 형태가 가축-가축 간은 물론 인간-가축 간 병원균이 쉽게 전파되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집약적 축산업 행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예상치 못한 병원균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육식에 대한 수요로 만들어진 집약적 축산법은 감염병 확산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 환경 파괴 등의 문제를 유발시킨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동물 세포를 이용해 실험실에서 만들어 내는 고기인 ‘배양육’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영국 옥스퍼드대 제공
영국 옥스퍼드대 제공
선진국에서 자주 발생하는 설사병과 소화기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 ‘캄필로박터 제주니’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모습. 캄필로박터는 집약적 축산 때문에 동물은 물론 사람에게 더 빠르게 감염될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다.
영국 셰필드대 제공
영국 셰필드대 제공
캄필로박터균은 일반 식중독균과 달리 냉장, 냉동 상태에서도 장기간 생존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감염된 고기를 생으로 먹거나 덜 익혀 먹을 때, 오염된 식품이나 손, 주방기구에 2차로 노출될 때도 감염된다. 캄필로박터균에 의한 식중독에 걸리면 복통, 발열, 구토와 구역질, 두통, 근육통, 피가 섞인 설사 증상이 나타난다. 장티푸스나 콜레라만큼 위험하지는 않지만 기저질환자에게는 심각한 후유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캄필로박터균이 전 세계에서 사육되고 있는 소의 20% 이상에 존재하며 항생제로도 없애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전 세계의 소, 양, 기린, 닭, 인간, 고양이, 개, 야생 환경에서 사는 새의 1198개 게놈 배열(시퀀스)을 분석하고 1065건의 관련 연구 결과를 메타분석해 캄필로박터균의 진화와 감염경로를 역추적했다. 그 결과 20세기 들어 집약적 축산업이 보편화되면서 캄필로박터균이 개체들을 쉽게 옮겨 갈 수 있게 됐고 그로 인해 돌연변이가 자주 발생했으며 종간 장벽을 쉽게 뛰어넘도록 진화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집약적 축산업과 함께 운송수단의 발달로 감염성 높은 캄필로박터균이 전 세계적으로 쉽게 확산되면서 더 다양하고 생존력과 전염성이 강하게 변이돼 왔다는 것도 발견됐다.
새뮤얼 셰퍼드(생물정보학) 배스대 교수는 “환경 변화와 집약적 축산이 동물 간은 물론 동물-사람 간에도 병원균 감염을 쉽게 만들고 있는 만큼 가축이 행복한 친환경적 사육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더이상 선택의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20-05-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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