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집에 살으리랏다

대나무집에 살으리랏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9-11-13 17:30
수정 2019-11-14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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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연구팀 대나무 내부 열전달 구조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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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건물은 화재 취약성, 단열효과가 낮다는 단점이 있는데 영국 연구팀이 대나무 내부 세포구조를 분석한 결과 대나무를 이용해 건물을 지을 경우는 목재건물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픽사베이 제공
목재건물은 화재 취약성, 단열효과가 낮다는 단점이 있는데 영국 연구팀이 대나무 내부 세포구조를 분석한 결과 대나무를 이용해 건물을 지을 경우는 목재건물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픽사베이 제공
“두려워할 이유는 없으면서 배울 것은 많은 존재가 나무이다. 활기차고 평화로운 그들은 우리를 힘내게 하는 정수를 아낌없이 나눠준다.”

소름 끼칠 정도로 방대한 양과 복잡한 문장을 자랑하는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20세기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마르셀 프루스트가 이 세상 모든 나무에 바친 찬사이다.

오랫동안 인류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건축자재로 사랑받았던 나무의 쓸모가 바뀐 것은 1867년이었다. 제2회 파리 만국박람회에 정원사 조지프 모니에는 콘크리트와 금속을 결합시켜 만든 최초의 철근 콘크리트 제품인 ‘정원 물통’을 전시했다. 간단해 보이는 이 작품은 20세기 건축 트렌드를 바꾸는 시작점이었다.

철근 콘크리트는 고층 건물을 짓기에도 용이하고 화재에도 강하다는 장점 때문에 벽돌과 목재를 순식간에 대체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문제와 친환경 트렌드가 만나면서 나무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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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태생 영국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가 설계한 스페인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 제4터미널은 면적이 100만㎡에 달하는데 이곳의 천정 전체가 얇은 대나무판으로 덮여 있다. 대나무 특유의 질감과 낮은 열전도율 때문에 여름철에는 시원함, 겨울에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네이처 제공
이탈리아 태생 영국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가 설계한 스페인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 제4터미널은 면적이 100만㎡에 달하는데 이곳의 천정 전체가 얇은 대나무판으로 덮여 있다. 대나무 특유의 질감과 낮은 열전도율 때문에 여름철에는 시원함, 겨울에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네이처 제공
실제로 철근 콘크리트 건축을 위해서는 철근, 철골, 시멘트를 만들어야 한다. 또 완공된 건물에는 냉난방을 위해 엄청난 에너지가 투입된다. 이 때문에 건축 부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0~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나무는 성장 과정에서 산소를 배출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어느 정도 성장하면 광합성 효율과 탄소 저장 능력이 떨어지는데 그대로 둬 썩거나 불에 탈 경우 나무가 저장하고 있던 탄소는 공기 중으로 다시 빠져나간다. 그런 상황에 맞닥뜨리기 전에 적당히 자란 나무를 건축자재로 쓰면 탄소가 공기 중에 배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 연구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목조건축물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문제점은 여전히 골칫거리이다.

그런데 영국 케임브리지대 건축학과 자연재료혁신센터, 오스트리아 빈 자연자원·생명과학대(BOKU) 목재기술 및 재생재료연구소 공동연구팀은 대나무를 세포생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에너지 효율이 높고 불에 강한 목재 건축 기술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13일 자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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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에는 높이 53m의 목재 기숙사가 2016년에 지어졌다. UBC 제공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에는 높이 53m의 목재 기숙사가 2016년에 지어졌다.
UBC 제공
대나무의 탄성과 강도 같은 물리적 특성과 관해서는 많은 연구가 있어왔지만 대나무 내부의 세포구조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중국, 대만에서 주로 자라는 모소 대나무 3~5년생을 잘라 수분함량이 10%가 될 때까지 말린 다음 열전도율을 측정하는 주사열현미경(SThM)으로 분석했다. 모소 대나무는 최대 28m까지 자라기 때문에 중국이나 대만 등에서는 건물을 지을 때 작업자들이 오갈 수 있도록 하는 임시가설물인 비계 재료로 많이 쓰인다.

분석 결과 대나무 내부는 두꺼운 섬유질과 얇은 섬유질 층이 번갈아 있는 복잡한 셀룰로스 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꺼운 섬유질 층은 대나무의 강도에 영향을 미치고 얇은 섬유질 층의 세포들은 생장 방향과 직각에 가까운 각도로 정렬돼 있어 열전도율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건물 성능 중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필요한 열은 보존하고 불필요한 열은 차단시키는 단열 기능으로 열전도율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대나무의 얇은 섬유질 층은 천연 단열재 역할을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두꺼운 섬유질 층은 대나무가 화염에 노출됐을 때 불이 붙기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확산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실 샤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자연재료·구조공학)는 “이번 연구를 통해 대나무의 열적 특성을 파악함으로써 목조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불이 났을 때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9-11-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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