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 중단’ 서초 집회가 남긴 것들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 주최로 ‘제9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린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서초역 사거리에 동서남북 방향으로 시민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집회 전체 분위기를 담기 위해 드론 파노라마 기법으로 촬영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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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에 따르면 이 단체가 주최해 온 서초동 집회는 추후 일정을 잡지 않았다. 시민연대 측은 다만 “검찰이 개혁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면 다음주라도 촛불이 다시 켜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초동 집회는 조 장관 취임 일주일 뒤인 지난달 16일 ‘검찰개혁’ 구호를 내걸고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5차례 주중 집회와 한 차례 주말 집회로 군불을 때다가 지난달 28일 7차 집회 때 참여자 수가 급격히 늘며 폭발했다. 도화선은 23일 이뤄진 검찰의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이었다. 압수수색이 11시간 동안 진행되면서 일각에서 “수사가 과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신문이 서울시의 생활인구 데이터를 토대로 지난 5일 8차 집회 때 서초역 일대에 모인 집회 참여 추정자들의 특징을 분석해 보니 40대가 29.8%, 50대가 26.1%로 가장 많았다. 이에 대해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금 진보의 주류를 구성하고 있는 386세대인 50대와 1990년대 자유주의 세대인 40대가 과거의 기억을 바탕으로 진보 집회에 적극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초동 집회를 둘러싼 논란도 많았다. ‘뒤섞인 구호’를 두고 벌어진 논쟁이 대표적이다. 이 집회의 대표 구호는 검찰·언론개혁뿐 아니라 ‘조국 장관 수호’였다. 이를 두고 참가자 사이에서는 “다수의 공통된 뜻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국이라는 한 개인의 가치나 능력을 좋게 봤다가 부정적인 부분이 조금씩 드러나자 지지자 사이에서 그 진실성에 회의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국 사퇴’를 촉구하며 진행된 광화문 집회와 세 대결을 하면서 참가 인원을 두고 소모적 논쟁까지 벌어진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서초동 집회 주최 측은 7차 집회 때 200만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가 논란이 일자 이후 참가자 수를 발표하지 않았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초동 집회가 마무리된 건 ‘절차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기 바란다’는 대통령 발언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결국엔 검찰개혁이 국회에서 법안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2019-10-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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