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은 우리 모두의 문제… 사회적 편견·차별부터 바꿔야”

“정신질환은 우리 모두의 문제… 사회적 편견·차별부터 바꿔야”

고혜지 기자
고혜지 기자
입력 2019-01-03 17:50
수정 2019-01-04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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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원 교수 추모’ 정신질환자 보호단체들의 항변·바람

정신장애인 ‘비하 발언’이 격리 부추겨
사회 적응 정신질환자까지 매도 안 돼
누구나 우울증·공황장애 걸릴 수 있어

지난달 31일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진료하던 임세원 교수가 정신질환자에게 흉기로 살해되면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 및 통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정신질환자 보호단체들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부터 바꿔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정신장애동료지원공동체 등 관련 단체는 3일 임 교수를 추모하면서도 “정신질환자와 정신질환을 가진 범죄자를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 신석철 대표는 “정신질환을 가진 범죄자 때문에 지역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는 정신질환자까지 매도하면 안 된다”면서 “‘야 이 정신병자야’와 같은 정신장애인 비하 발언이 편견과 격리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극히 낮지만 ‘정신질환자는 곧 우범자’라는 인식은 강하다. 대검찰청 법무연수원 발표 범죄 통계에 따르면 2015년 범죄 발생건수는 177만 1390건인데 이 중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는 6890건으로 전체의 0.39% 수준이다. 2017년 전체 강력 범죄(흉악+폭력) 27만 4819건 중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비율도 1.11%에 불과하다.

최정근 한울정신장애인권익옹호사업단 사무국장은 “정신질환자가 일으킨 범죄가 일반인의 범죄보다 더 주목을 받고, 강력범죄자가 정신질환 감형 제도를 악용하는 점이 정신질환자를 사회 구성원 밖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인데도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는 낮다. 국립정신건강센터의 ‘2017 국가 정신건강현황 3차 예비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성인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다.

반면 ‘2017년 대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조사’에서 드러난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를 보면 “정신질환자 이용시설이 우리 동네에 들어와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35.6%뿐이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정신질환자의 의료 이용률을 낮추고 있다. ‘미친 사람 취급 당할까 봐’ 병원을 찾지 않고 보험 처리도 하지 않는 것이다. 2016년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사람 가운데 22.2%만이 치료를 받고 있었다.

정신장애인 단체들은 격리보다는 여타 질환처럼 응급의료 체계와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흥분 상태의 역효과를 줄일 수 있는 지역사회 쉼터, 같은 병력의 동료 지원가 확충 등 정신질환자 대상 공공의료 서비스가 보강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탈리아에선 ‘자유가 치료다’라는 기치 아래 정신병원 입원실을 없앴지만, 국내에서는 거꾸로 병상 수를 늘리고 정신질환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쪽으로 흐른다는 지적이다.

이정하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는 “정신장애인 문제는 전국민의 위기가 될 수 있다”면서 “내 가족, 친구, 자기 자신 누구나 우울증, 공황장애, 일시적 조울·조현 등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정신질환자를 배제하자는 제안은 해답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19-01-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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