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중환자실의 세 잎 클로버이다

행복은 중환자실의 세 잎 클로버이다

입력 2010-04-25 00:00
수정 2010-04-2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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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은 기쁨과 슬픔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환자와 보호자는 너무도 간절히 하루하루를 보낸다. 많은 돈이 있어야, 명예를 거머쥐고 출세를 해야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바깥세상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소박한 희망들이 꿈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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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으로 인해 의식이 없었던 환자, 막상 오랜 시간이 지나 의식을 되찾았지만 오른쪽 손을 쓸 수가 없다. 하지만 그는 다시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한다. 불의의 사고로 두 다리를 절단한 환자는 며칠 환상통으로 힘들어 했지만, 백일 된 딸을 안을 수 있는 두 팔이 있음에 감사한다. 두 팔마저 잃었다면 자신은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딸아이를 위해 열심히 재활치료를 하는 그의 모습에서 사랑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한 여학생은 기숙사에서 불이 나서 유독가스에 질식해 뇌사 상태로 병원에 왔다. 늘 밝고 착했던 여학생은 혹시라도 사고로 죽게 되면 장기기증을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단다. 그녀는 다섯 명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떠났다. 그 아이가 떠나던 날, 부모님은 오열하다 슬픔에 못 이겨 쓰러졌다. 그리고 몇 시간 후 그 아이의 신장과 간을 이식받은 환자들이 중환자실로 왔다. 나는 그들에게 정말 열심히 살아줄 것을 당부한다. 너무도 소중한 한 아이가 주고 간 삶이기에 단 한 시간이라도 헛되이 보내지 말아달라고, 기쁨과 감사의 삶을 살아달라고. 그들 또한 다시 찾은 행복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나는 이곳에서 진정한 행복을 배우며 또 하루를 산다. 네 잎 클로버의 행운보다 세 잎 클로버의 행복이 있는 그곳은 나의 소중한 삶의 터전인 중환자실이다.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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