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다이슨
제임스 다이슨 지음/김마림 옮김
사람의집/568쪽/3만원
다이슨 창업자가 노년에 다시 쓴 자서전
4년간 청소기 시제품 만든 횟수 ‘5126번’
기술 인재 육성… “계속 실패하라” 장려
실패작을 끊임없이 개선하는 과정 중시
여든살 앞두고도 수석 엔지니어로 일해
제임스 다이슨. 사람의 집 제공
유년 시절의 달리기는 그의 인생행로를 보여 주는 결정적 장면이다. 그는 자서전에 “달리기를 통해 고통의 극한점을 극복하고 모두가 지쳤을 때가 바로, 고통이 아무리 심해도 더 속도를 내어 경주에서 이길 기회라는 것을 터득했다”고 썼다.
무선 진공청소기와 ‘날개 없는 선풍기’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글로벌 기술 기업 다이슨의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76). 그가 쓴 자서전 ‘제임스 다이슨’(원제 ‘발명·Invention: A Life’)은 실패에 집착해 온 지독한 완벽주의자의 좌충우돌 인생 여정을 드러낸다.
다이슨은 50세였던 1997년 ‘역경에 맞서서’(원제 ‘Against the Odds’)라는 제목으로 첫 자서전을 냈다. 24년 만에 다시 낸 노년의 자서전은 약 3조원의 대가를 치른 전기차 실패 과정과 미래 농업 투자, 다이슨기술공과대(DIET) 등을 통한 기술 인재 양성 비전을 담은 완결판이다.
영국 왕실에서도 구매한 DC01은 출시 18개월 만에 유럽 판매 1위를 기록하며 진공청소기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그의 집념과 투지에서 비롯된 다이슨은 매출 65억 파운드(약 11조원), 1만 4000명 가운데 절반이 엔지니어인 기술 기업이 됐다. 옮긴이는 다이슨의 목적에 대해 ‘충분히 괜찮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태의 불만을 끊임없이 개선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다이슨은 평생 공학 자격증이나 학위를 딴 적이 없다. 직접 손으로 만들고 오랜 시간을 들여 기술 역량을 쌓는 건 다이슨 엔지니어들의 규칙이다. 그는 “직원들이 실수하면 일을 빨리 배운다”며 “실패를 거리낌 없이 하라”고 장려한다.
핵심은 더 효율적인 제품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거듭 실패를 감내했다는 점이다. 그는 천재가 아니어도, 번쩍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영감의 순간이 없더라도 성실한 반복의 과정을 이겨 내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이슨은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수석 엔지니어로 일하며 미래 프로젝트를 이끈다. 농업과 공학을 결합한 다이슨은 이제 완두콩과 감자, 딸기도 온라인으로 판다. 그는 DIET와 ‘제임스 다이슨 재단’, 국제 공모전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를 통해 기술 인재를 육성한다. 그는 직접 총대를 멘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오늘날 학생들이 유튜버, 연예인 혹은 그냥 부자가 되기를 원하는 건 학교가 그들에게 창의적인 방식으로 공학과 과학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이슨 자서전의 묘미는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해피엔딩에 있지 않다. 성공이란 무엇인지, 삶을 대하는 한 인간의 태도를 들여다보는 데 있다.
2023-12-1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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