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도 빌딩숲보다 골목길을 좋아해

도시도 빌딩숲보다 골목길을 좋아해

함혜리 기자
입력 2015-03-28 00:30
수정 2015-03-28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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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유현준 지음/을유문화사/391쪽/1만 5000원

도시에는 그 안에 사는 인간의 삶이 반영된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렇게 형성된 도시는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현대 도시와 인간이 궁극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개입해야 하는지, 그리고 복잡한 생태계가 얽힌 도시를 읽는 법을 일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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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이라는 부제를 단 책에서 저자는 인문학과 자연과학, 그리고 사회학의 다양한 영역을 오가며 보이는 것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까지 들춰내며 바람직한 도시의 모습을 그려 낸다. 건축가인 저자의 생각과 관찰 결과를 도시의 입장에서 풀어 낸다. 이에 따르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도시도 외로운 걸 싫어한다. 그 비싼 땅에 초현대식 시설을 갖춘 고층건물이 들어선 테헤란로는 산책하는 사람이 드문 반면, 구불구불한 강북의 골목길은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 그 증거다.

자동차 위주의 격자형으로 구획된 뉴욕과 도보 위주의 짧은 단위로 구성돼 걷는 데 초점이 맞춰진 유럽의 오래된 도시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오래된 도시들은 건축재료도 그 지역에서 구하기 쉬운 것들을 사용하므로 저절로 특색이 생긴다. 또 그곳의 문화가 더해져 지역색깔이 만들어진다. 어딜 가나 비슷비슷한 풍경이 지루하게 펼쳐지는 현대 도시보다 오래된 도시들이 훨씬 아름다운 이유는 이처럼 주변 환경과 기후에 맞는 개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의 도시가 잃은 것, 되찾아야 할 것, 간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다. 도시는 자신이 차가운 모습으로 변해 가는 걸 원치 않는다.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도시, 그것이 도시가 꿈꾸는 모습이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5-03-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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