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그네’
풋풋한 첫사랑의 추억 떠올라
젊은 관객과의 공감대는 한계
뮤지컬 ‘겨울나그네’
오는 2월 25일까지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겨울나그네’는 소설가 최인호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997년 초연, 2005년 재연 이후 올해 최 작가의 10주기를 맞아 세 번째 시즌을 올렸다. 원작은 프란츠 슈베르트의 가곡집 ‘겨울나그네’에서 영감을 받았다. 뮤지컬에서는 여주인공 ‘다혜’가 부르는 ‘봄의 꿈’이 가곡집에 수록된 노래다.
원작은 1983~1984년 한 일간지에 연재됐다. 이를 그대로 옮기다 보니 1980년대 시대상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는 경찰이 등장할 정도다. 이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풋풋한 첫사랑과의 추억이 떠오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당시를 교과서로만 배웠거나 기껏해야 ‘응답하라 시리즈’ 정도로만 느끼고 있는 이들에게는 와닿지 않는 장면이 부지기수다. 부잣집 의대생 ‘한민우’가 다혜의 손수건을 주워 주며 사랑에 빠지는 첫 장면은 클리셰의 정점이다. 성별을 불문하고 주체적인 선택을 중요시하는 요즘 관객들에게 그저 수동적으로 한민우만 오매불망 기다리는 다혜와 술집 여자 ‘제니’의 모습은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1막 마지막 자신의 운명을 비관하는 민우의 넘버 ‘믿을 수 없어’는 예상치도 못한 고음으로 짜릿한 쾌감을 선사해 줬다. 클럽 ‘나이아가라’의 술집 여자인 제니의 매혹적인 넘버들도 인상적이다. 녹색 담쟁이덩굴이 뒤덮인 학교 건물은 연세대 본관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원작자 최인호 소설가는 연세대 영문과 출신이다. 무대 디자인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등을 받은 박동우 홍익대 교수의 작품이다.
2024-01-0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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