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몸짓 生의 본질

낯선 몸짓 生의 본질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3-09-27 02:13
수정 2023-09-27 02:1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김성용 단장 취임 후 첫 안무작… 국립현대무용단 ‘정글-감각과 반응’ 새달 4일 공연

이미지 확대
지난 5월 국립현대무용단 단장이자 예술감독에 취임한 김성용 안무가는 취임 후 첫 안무작 ‘정글-감각과 반응’을 내놨다.  류재민 기자
지난 5월 국립현대무용단 단장이자 예술감독에 취임한 김성용 안무가는 취임 후 첫 안무작 ‘정글-감각과 반응’을 내놨다.
류재민 기자
낯선 곳에 놓였을 때 인간의 감각은 극대화된다. 특히 그곳이 정글 같은 미지의 대자연일수록 생존 본능은 몸의 온 신경을 날카롭게 곤두세운다. 그런 곳이라면 반응도 평소와 달라지기 마련이라 인간은 낯선 자신을 만나게 된다.

오는 10월 4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선보이는 김성용 국립현대무용단장의 신작 ‘정글-감각과 반응’은 내면의 모든 감각이 깨어나는 곳이자 가식과 허영이 없는 공간으로서의 정글과 그 안에서의 움직임을 드러낸다. 김 단장의 취임 후 첫 안무작이자 2023 MODAFE(국제현대무용제) 공동개막작이다.
이미지 확대
지난 5월 국립현대무용단 단장이자 예술감독에 취임한 김성용 안무가는 취임 후 첫 안무작 ‘정글-감각과 반응’을 내놨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지난 5월 국립현대무용단 단장이자 예술감독에 취임한 김성용 안무가는 취임 후 첫 안무작 ‘정글-감각과 반응’을 내놨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감각이 열렸을 때 새로운 몸짓 나와”

지난 1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김 단장은 “스스로 감각하고 반응할 수 있는 것에 민감해지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그 감각들이 열렸을 때 새로운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감각과 반응’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몸짓을 만들어 내기 위한 공간으로서 ‘정글’은 김 단장이 생각한 “최적의 장소”다. 같은 종이더라도 정글에 사는 벌레를 마주했을 때 반응이 일상에서 마주했을 때와 차원이 다른 것을 생각하면 왜 정글이라는 공간을 설정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김 단장은 “스리랑카 정글을 가 봤는데 ‘이 안에서 서식하는 생명체들은 인간 사회와 멀어질 수밖에 없구나’ 생각했다. 대낮인데도 무섭더라”라면서 “정글은 늘 가던 곳이 아닌 데다 그 안에는 두려움의 대상도 있고 어떤 일이 펼쳐질지도 모르지만 아름다운 것들이 발견되는 장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낯선 공간에서 극대화되는 몸의 감각과 반응을 표현한 작품은 18명의 무용수가 무대에서 집단의 움직임을 선보인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낯선 공간에서 극대화되는 몸의 감각과 반응을 표현한 작품은 18명의 무용수가 무대에서 집단의 움직임을 선보인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정글, 생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

김 단장이 무용수들에게 상황을 주고 스스로 움직임을 찾게 하는 ‘프로세스 인잇’(Process Init)이라는 과정을 통해 움직임을 만들었다. 관객들은 정글에서 끌어낸 무용수들의 낯선 움직임을 통해 생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치열한 모습을 보게 된다.

60분간 이어지는 공연 동안 노래 후렴구처럼 되풀이되는 움직임을 없게 해 작품의 질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작품에 성의가 들어 있는 게 중요하다”는 김 단장의 철학이 반영됐다. 김 단장은 “반복에서 오는 리듬감을 생각하는 분도 있는데 최근 들어 움직임을 중요시하게 되면서 움직임을 반복하는 게 재밌지 않더라. 하나하나 쌓아 가는 과정 안에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보여 주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 반복되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18명, 60분간 쉼없이 몸으로 말하다

무대에는 18명의 무용수가 등장해 거대한 움직임을 펼쳐 낸다. 지난 5월 단장으로 취임한 그가 무용단으로서의 정체성을 보여 주고 싶어 많은 인원을 선발했다.

김 단장은 “사람들이 국립현대무용단에 기대하는 작품 규모가 있어 국립현대무용단이 할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그간 150편 넘게 만들면서 무용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지금은 무용은 움직임이고 움직임 안에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해 움직임이 잘 보일 수 있는 작품, 춤의 본질에 더 접근하는 작품을 보여 주고자 한다”는 각오를 전했다.
2023-09-27 18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