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소리 여행’…타악기로 꾸민 놀라운 여정

[리뷰]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소리 여행’…타악기로 꾸민 놀라운 여정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1-04-17 08:00
수정 2021-04-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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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15~16일 정기공연서 박혜지와 협연
17종류 악기 동원한 다채로운 ‘타악 협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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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퍼커셔니스트 박혜지가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외트뵈시의 ‘말하는 드럼’을 연주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퍼커셔니스트 박혜지가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외트뵈시의 ‘말하는 드럼’을 연주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무대 위로 타악기가 하나씩 등장할 때마다 객석에서 옅은 탄성이 이어졌다. “와, 저것도 악기인가?”, “저걸 혼자서 다 치는 건가!“. 오케스트라를 뒷편으로 밀고 무대 앞자리를 타악기들이 하나씩 하나씩 채웠다. “보기만 해도 대단하네”라는 객석 어딘가에서 나온 목소리를 아마 많은 관객들이 공감했을 테다. 그리고 곧 ‘대단한’ 퍼커셔니스트 박혜지의 연주가 시작됐다.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의 올해 첫 무대 ‘오스모 벤스케의 시벨리우스 교향곡 1번’ 가운데 독특한 연주가 관객들의 시선을 더욱 사로잡았다. 퍼커셔니스트 박혜지가 서울시향과 함께 페테르 외트뵈시의 ‘말하는 드럼’을 선보이며 다채로운 소리 여행으로 이끌었다. 박혜지는 2019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 파이널 라운드에서 이 곡으로 우승했다.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퍼커셔니스트 박혜지가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외트뵈시의 ‘말하는 드럼’을 연주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퍼커셔니스트 박혜지가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외트뵈시의 ‘말하는 드럼’을 연주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춤곡(Tanzlied)’으로 시작해 ‘넌센스 송(Nonsense Songs)’, ‘파사칼리아(Passacaglia)’로 이어지는 모음곡 형식의 ‘말하는 드럼’은 연주자가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등 직접 목소리를 내며 악기와 함께 쉴 새 없이 ‘소리’를 전달한다. 별 의미 없는 말소리가 악기와 어우러지면서 그 자체로 독특한 하나의 음색이 됐다. 연주자가 북, 카우벨, 공, 탐탐, 우드블록, 심벌즈, 팀파니, 마림바 등 여러 악기가 놓인 위치를 찾아다니며 움직이기도 하고 각자에 맞는 스틱 뿐 아니라 손으로도 악기 본연이 지닌 울림을 끌어내기도 한다.

이날 박혜지가 사용한 타악기는 17종류나 된다고 한다. 악기 개수를 세려면 훨씬 많다. 드럼 위에 스틱을 직각으로 세워 떨림을 주거나 팀파니 위에 차이니즈 심벌즈를 올려 각자의 울림이 화음을 내고 직접 부엌에서 사용하는 프라이팬을 가져와 뒷면을 긁어 소리를 내는 등 그의 손 끝에서 나온 모든 소리가 음악에 어울렸다. 악기 사이사이 놓인 심벌즈들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고 전통 북춤을 추듯 큰북과 대야를 큰 몸짓으로 두드리는 퍼포먼스도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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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퍼커셔니스트 박혜지가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외트뵈시의 ‘말하는 드럼’을 연주한 뒤 앙코르로 마림바 연주를 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퍼커셔니스트 박혜지가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외트뵈시의 ‘말하는 드럼’을 연주한 뒤 앙코르로 마림바 연주를 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무대 뒤쪽에서 트럼펫 연주자가 앞으로 나와 타악 소리에 선율을 맞춰주거나 오케스트라 타악 연주자 두 명이 냄비와 프라이팬을 들고 나와 박혜지와 함께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박혜지의 움직임에 따라 타악 연주자들도 자갈을 부딪히고 소 방울, 썰매 방울, 봉고, 공, 트라이앵글, 큰 북, 비브라 슬랩, 편경 등 다양한 타악기를 연주하며 매우 바빴다. 무언가를 두드려 소리를 내기 시작한, 인간 역사상 가장 오래된 악기 중 하나인 타악기들과 박혜지가 주술을 외우듯 읊조리고 터뜨리는 목소리는 모습이 마치 하나의 거대한 의식을 치르듯 했고 무대 뒤에서 그의 소리를 더욱 빛나게 꾸며준 오케스트라와의 호흡이 신비감을 더했다. 다채로운 무대에 이어 박혜지는 앙코르로 ‘라 캄파넬라’를 마림바로 연주하며 영롱한 소리로 다시 한 번 객석을 밝혔다. 놀랍고 재치있는 여행의 시간을 선사해준 그에게 객석은 다시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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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교향악단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과 단원들이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정기공연 연주를 마친 뒤 객석에 인사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과 단원들이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정기공연 연주를 마친 뒤 객석에 인사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이날 서울시향은 버르토크의 ‘춤 모음곡’과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1번도 선보였다. 특히 2부를 꽉 채운 시벨리우스 교향곡 1번은 4악장 구성으로 웅장하고 풍성한 교향악 선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서울시향은 오는 24일에도 타악 앙상블로 다시 한 번 소리 여행으로 초대한다. 서울시향 타악기 수석인 에드워드 최, 부수석 스캇 버다인을 비롯해 김문홍, 김미연 등 서울시향 단원들과 여러 타악 주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다양한 여정을 펼친다.

서울시향은 22~23일에는 오스모 벤스케 감독의 지휘로 베토벤 교향곡 1번과 모차르트 세레나데 12번을 연주하고 서울시향 부악장 웨인 린·신아라의 바이올린 연주와 함께 시닛케의 ‘하이든식의 모츠-아트’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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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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