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리지 보든 사건’ 바탕으로 상징과 비유 가득
2017년 10월 미국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MeToo)은 곧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범지구적 여성운동으로 번졌다. 한국에서는 2018년부터 문단과 연극, 영화 등 문화계 전반으로 이어졌다. 이는 곧 남성 중심의 기존 작품 서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예쁜 드레스를 입고 백마 탄 왕자님만을 기다리는 공주 대신 직접 활과 칼을 쥐고 전장을 누비거나, 남성 주인공의 ‘주변인’이 아닌 무대를 오롯이 지배하는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작품 등이 늘기 시작했다.뮤지컬 ‘리지’ 공연 중 한 장면. 쇼노트 제공
작품은 실제 1892년 미국 매사추세츠의 대저택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부유한 사업가 앤드루 보든과 아내 에비 보든이 자택에서 도끼로 잔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다. 검찰은 둘째 딸 리지가 아버지와 계모를 죽였다며 재판에 넘기고, 리지의 언니 엠마와 친구 앨리스 러셀, 그리고 보든 가의 가정부 브리짓 설리번이 증인으로 나선다.
당시 이 사건은 미국 전역에 알려지며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다. 정황상 리지가 범인일 가능성이 컸지만, 물적 증거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풀려났고 사건은 영구 미제로 남았다.
뮤지컬 역시 실제 사건을 충실하게 따르지만, 누가 범인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진범 찾기’로 이야기를 꾸려가는 흔한 스릴러 작품과 달리 애초 공연을 통해 진범을 명확하게 드러내면서, 이 끔찍한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그 배경과 구조에 집중한다.
뮤지컬 ‘리지’ 공연 중 한 장면. 쇼노트 제공
뮤지컬 ‘리지’ 제작사 쇼노트 측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관객들에게 함성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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