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봉하는 日 화제작 ‘한 남자’
‘한 남자’
●진실 다가갈수록 충격적인 ‘X’의 삶
제46회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감독상을 비롯해 최우수 남우주연상, 남·여조연상까지 8개 부문을 싹쓸이한 이시카와 게이 감독의 화제작 ‘한 남자’가 30일 개봉한다. 일본 사회 문제 중 하나인 ‘조하쓰’(자발적 실종)를 소재로 한 영화는 하루아침에 이름과 지위, 가족 등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신분으로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는 리에가 변호사인 기도(쓰마부키 사토시)에게 다이스케의 신원을 조사해 달라는 의뢰를 하면서 궁금증을 키운다. 기도가 진실에 다가설수록 다이스케의 충격적인 과거가 차츰 드러난다.
신분을 속이고 사는 사람을 다룬다는 점에서 언뜻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화차’를 떠올릴 법하다. 그러나 영화는 X의 인생을 찾아가는 기도의 흔들리는 모습을 담으며 이야기를 두텁게 한다. 다이스케, X, 기도 등을 통해 존재를 규정하는 것은 무엇이며, 진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을 관객에게 던진다.
영화는 원작 소설을 쓴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가 밝힌 ‘분인주의’로 이들의 삶을 바라본다. 분인주의는 타인과 맺는 관계에 따라 자아가 달라지고, 이런 자아들의 총합이 개인의 특성을 이룬다는 관점을 가리킨다. 기도는 ‘재일교포 3세’라는 감추고픈 사실이 있고, 원래의 다이스케 역시 사정이 있었다.
앞서 한국을 찾은 쓰마부키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맡은 기도 역에 대해 “원작자가 말한 분인주의의 개념을 구현하는 인물”이라면서 “기도가 어떤 사람이라 규정하지 않고 연기했다. 그래야 결말에서 큰 울림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다소 늘어지나, 진득한 연기·진한 여운
전개가 다소 느리고, 주요 인물들의 서사를 다루는 장면 등에서 늘어지는 감이 있다. 그러나 ‘워터 보이즈’(2001),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과 ‘우행록’(2016) 등으로 탄탄한 이력을 쌓아 올린 쓰마부키를 비롯해 X 역의 구보타 마사타카, 리에 역을 맡은 안도 사쿠라까지 배우들의 진득한 연기가 영화를 묵직하게 끌고 간다. 특히 열린 결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122분. 12세 관람가.
2023-08-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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