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명품 브랜드간 ‘정보전’
고객 정보 유출시 이득 없어
이미지 소진·정보 노출 우려
부적절한 구설수 원천 차단
럭셔리 브랜드, 정치권 연관 꺼려이미 알려진 사실도 언급 금지
원칙은 ‘VIP 노출 금지’ 사항
럭셔리 브랜드, 독점성 이미지가 중요
‘따라 사는’ 대량 생산 아닌
‘하나만 있는’ 장인 정신 내세우는 전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부인 김건희 여사. 공동취재/서울신문DB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월간지 월간조선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명품은 사비로 살 것”이라고 말했다는 점이 지난 18일 보도된 후 여러 매체서 인용됐습니다.
정권 때마다 생기는 ‘패션외교’ 관련 비용 처리 호기심 등이 해당 발언이 생긴 배경으로 읽히는데요.
명품 브랜드는 ‘패션정치’에 자신들의 제품이 포함돼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좋아할까요.
● VIP 리스트, 쇼퍼별로 파악하는 고급정보명품 브랜드의 VIP 리스트는 각 지점별 매니저도 알기 어려운 고급 정보입니다.
이른바 ‘퍼스널 쇼퍼’로 불리는 이들이 자신의 고객을 확보하고 이들의 취향 등을 꼼꼼하게 기록한 정보 등은요. 많은 정보를 가진 쇼퍼가 명품 지점간 ‘스카우트’ 대상이 될 정도로 매혹적인 정보죠.
그만큼 VIP 취향을 알고 이들과 오랜 시간 라포 형성을 맺었다는 증빙이 되기 때문인데요.
우리가 알고 있는 상위권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루이비통, 까르띠에, 샤넬, 디올 등 이른바 ‘럭셔리 브랜드’들은 고가품에 대한 이미지를 해치는 것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 하이엔드 브랜드, 가치 지키기 ‘골몰’명품의 사전적 정의는 이름난 물건이지만요. 우리가 대개 명품이라고 하는 것은 하이엔드 브랜드의 제품들이죠.
이들은 제품을 대량생산하지 않고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나 하우스의 레거시를 통한 장인정신을 내세웁니다. ‘우리 물건은 매우 귀하다’는 인식을 주는 것에 집중하죠.
특히 고가품에 대한 소비자의 환상을 깰 만한 구설수는 직접 개입하는 것조차 원하지 않아요.
명품이라는 개념 안에 제품력 외에도 독점성, 희소성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이러한 이미지를 잃으면 명품으로 인식되기 어려워요.
이 때문에 어느 나라든 정치권에서 명품 관련 스캔들이 나오면 브랜드가 제 때, 빠르게 공식 답변하는 그림은 보기 어렵습니다.
원칙적으로는 고객 정보에 속하므로 이를 대외에 알리는 것은 금지된 일이기 때문이죠.
또한 해당 고객 정보를 인정함으로써 그 안에 명품 브랜드 이미지가 국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계산도 깔려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 1층 럭셔리 브랜드 매장가. 강민혜 기자
구설수 오르내림 꺼려입길에 자주 올라 브랜드 이미지를 해치는 것은 럭셔리 브랜드로서는 꺼려지는 일입니다.
구설수에 오르는 게 브랜드의 입장대로 흘러가기보다는 부적절한 오해를 사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또한 과거와 달리 누구나 럭셔리 브랜드 제품을 하나쯤 구매하는 성향이 확산한 지금, 브랜드로서는 차별화된 전략을 더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즉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브랜드라는 인식보다는 아무나 살 수 없는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주는 것이 이득이라는 계산이죠.
이를 위해 부적절한 뉴스에 오르내리는 것은 극도로 꺼리는 겁니다. 비록 그것이 이미 공개된 점이라고 해도 말이죠.
● 너나없이 아는 사실도
공식 언급은 ‘절대 안 돼’실제 유명 럭셔리 브랜드 중 일부는 과거 정치권과 연관되어 제품명을 변경하고 이후 레거시로 삼아 꾸준히 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해당 제품의 배경을 직접 밝히는 것은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라고 해도, 브랜드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함으로써 굳이 확인해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에요.
그 이유는 앞서 언급한 희소성 강한 이미지에 정치권 이야기를 덧붙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고요.
가치소비의 시대, 하이엔드 브랜드 역시 자신들의 높은 가치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네요.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1층 럭셔리 브랜드 매장가, 외부 디스플레이. 강민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