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복원·보존 땐 자기 주관 철저히 배제하고 작업”

“문화재 복원·보존 땐 자기 주관 철저히 배제하고 작업”

김승훈 기자
입력 2016-03-14 23:04
수정 2016-03-15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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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식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장

“문화재를 복원·보존처리할 땐 자기 주관을 철저히 배제해야 합니다. 유물의 완성된 형태를 머릿속에 그려두고 작업을 하게 되면 원형과 다른, 전혀 엉뚱한 모습으로 복원되기 때문입니다. 과학적으로 조사하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작업해야 합니다.”

이규식(52)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장의 문화재 복원·보존처리 지론이다. 그는 보존실장, 복원실장 등을 거친 문화재 복원·보존처리 분야의 베테랑이다. 10년 연구 끝에 밀랍을 입힌 종이가 부서지고 있던 조선왕조실록의 복원 방법을 최초로 개발했고, 국보 제86호 경천사지 10층 석탑도 10년에 걸쳐 복원·보존처리를 했다.

이규식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장
이규식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장
●장기적인 투자·전문 인력 육성 필요

이 센터장은 문화재 복원·보존처리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람 손으로 수백, 수천개로 산산이 부서진 조각들을 일일이 찾아내고 접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센터는 1969년 이후 47년간 2만 6146점의 유물을 보존처리했다. 연평균 556점이 넘는 문화재를 원형 그대로 되살린 셈이다. 엄청난 양에 비해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분석 인력 30명, 복원 인력 30명이 전부다. 이마저도 계약직 연구원들을 합한 수치다. “복원 검토 작업은 여러 명이서 하지만 복원은 한 사람이 합니다. 문화재 한 점을 복원하는 데 수년이 걸립니다. ‘양양 선림원지 출토 금동불상’은 2~3년, ‘일월오악도’는 2년 정도 걸립니다. 시간과의 싸움이죠. 힘들다 보니 이직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센터는 올해에도 화성 향남2지구 금동식리 등 200여점,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사명대사 금란가사 및 장삼 30여점 등 보존처리해야 할 문화재들이 많다. “기후 온난화, 산성비 등 문화재 보존 환경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데, 복원·보존처리 조직과 예산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입니다.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센터도 직원 1000여명의 다른 정부출연연구소 규모만큼 돼야 합니다. 분석세터, 보존처리센터, R&D(연구개발)센터, 연대측정센터 등 센터별로 분사돼야 하고, 컨트롤타워를 세워 각 센터를 체계적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亞문화재 보존 허브 돼야

이 센터장은 “아시아 문화재 보존에 기여했던 일본이 요즘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 동경문화재연구소, 나라문화재연구소 등 국가 연구기관들이 최근 법인화되면서 국가 지원이 끊겼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가 아시아 각국에 보존처리 기술도 전수해주고 인력도 키워주는 ‘아시아 문화재 보존 허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6-03-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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