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조각 난 불상 X레이·CT 찍고 응급처치… 천년 보물 되살리다

산산조각 난 불상 X레이·CT 찍고 응급처치… 천년 보물 되살리다

김승훈 기자
입력 2016-03-14 23:04
수정 2016-03-15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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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보존과학센터 가보니

100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불상은 옛 모습 그대로다. 신라 천년의 빛을 오롯이 발하고 있다. 문화재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보존처리 덕분이다. 14일 문화재를 원형 그대로 되살리고 보존하는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이하 센터)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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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완 문화재보존과학센터 연구원이 금동불상 대좌에 붙어 있는 오염물질을 아세톤에 적신 붓으로 닦아내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유동완 문화재보존과학센터 연구원이 금동불상 대좌에 붙어 있는 오염물질을 아세톤에 적신 붓으로 닦아내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 지난해 9월 센터에 긴급 요청이 들어왔다. 9세기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동불상을 되살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금동불상은 한빛문화재연구원이 강원 양양군 서면 서림리 미천골 내 선림원지 발굴 조사 과정에서 발견했다. 흙 속에 파묻힌 불상의 모습은 처참했다. 원래 한 몸이었을 불상, 대좌, 광배는 떨어져 있었고, 각 표면은 부식물과 이물질로 뒤덮여 만신창이 상태였다. 불상의 오른쪽 발목은 끊어져 있었고, 광배는 수백 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져 있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중환자였다. 센터 직원들은 곧장 응급처치에 들어갔다. 엑스레이 촬영, 컴퓨터단층촬영(CT), 3D 스캔 등 과학 장비를 동원해 손상 정도를 세밀하게 확인하고, 원형도 정밀하게 3차원 영상으로 파악했다.

금속문화재복원 전문통인 유동완 연구원이 같은 해 12월 본격적인 복원 작업에 들어갔다. 2개월여간 흙 속에 묻힌 수백개의 파편을 일일이 찾아내 하나하나 이물질을 닦아냈다. 요즘은 대좌의 오염물질을 아세톤에 적신 붓으로 정성스럽게 닦아내고 있다. 유 연구원은 “아직 불상 이물질 제거 작업이 남았다. 금속 성분만 남을 때까지 닦고 또 닦아야 한다. 새 생명을 갖기까진 2~3년이 걸린다”고 했다. 김사덕 사무관은 “불상은 대좌를 포함해 높이가 50cm가 넘는다. 출토지가 분명한 통일신라시대 금동불상 중 가장 크고 정병의 목을 쥐고 있는 기존 금동불과 달리 정병 고리를 손으로 쥐고 있다”면서 “국보급 문화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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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한 몸이었던 불상, 대좌, 광배가 따로따로 떨어져 있다. 광배는 산산조각이 나 있다. 문화재청 제공
원래 한 몸이었던 불상, 대좌, 광배가 따로따로 떨어져 있다. 광배는 산산조각이 나 있다.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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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 오른쪽 발목이 끊어져 있다. 문화재청 제공
불상 오른쪽 발목이 끊어져 있다.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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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좌는 오염물로 부식돼 훼손 정도가 심각하다. 문화재청 제공
대좌는 오염물로 부식돼 훼손 정도가 심각하다.
문화재청 제공
# 지난해 11월 센터 직원들은 창덕궁 인정전(국보 제225호)에 급파됐다. 창덕궁관리사무소로부터 인정전 내 ‘일월오악도’(日月五嶽圖)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 일월오악도는 국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그림으로, 해와 달, 다섯 개의 산봉우리, 폭포, 파도, 소나무를 비단에 그린 4폭 병풍 형태의 작품이다. 점검 결과 그림 곳곳이 갈라져 있고, 목재 틀과 그림도 틈이 벌어져 있었다. 긴급 보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센터로 이송했다. 과학 장비로 훼손 정도를 정확히 측정한 뒤 안지윤 학예연구사 책임 아래 보존 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

센터는 중병에 걸린 문화재들의 ‘골든타임’을 지켜 생명을 되살리는 문화재종합병원이다. 1969년 김정기·장경호 박사 등이 주축이 된 문화재연구실이 모태다. 올해 40주년을 맞은 국립중앙박물관의 보존처리 역사보다 오래됐다. 47년간 전국의 국가지정문화재와 비지정문화재를 과학적으로 진단, 제한시간 내 맞춤치료를 해 생명의 불씨를 되살렸다. 금속, 석재, 도자기, 벽화, 지류, 직물, 목재 등 여러 재질의 문화재를 복원·보존처리했다.

복원·보존처리는 보통 ‘엑스레이 촬영, CT 등을 통한 파손 정도 및 원형 파악→3D 스캔을 통한 크기, 굴곡 등 측정 →오염물질 세척→가접합→전문가 자문위원회의에서 가접합 유물을 토대로 복원 여부 결정→접합’ 수순으로 진행된다. 엑스선을 이용한 물질구조분석기(XRD), 금속전자현미경, CT, 3D 스캔 등 첨단장비가 총동원된다.

센터의 복원·보존 기술은 탁월하다. 최근 전면해체·보수 작업에 들어간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보존처리를 맡게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앙박물관은 박물관 소장 유물을 자체적으로 보존처리한다. 지광국사탑도 박물관 소장 유물인 만큼 박물관에서 보존처리해야 하지만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시절 유 장관 지시로 센터에서 하게 됐다. 2014년 7월 복원 주체가 중앙박물관에서 센터로 바뀌었다. 김순관 학예연구관은 “센터는 일반 업체나 다른 곳에서 하지 못하는 난이도 높은 문화재 복원을 전담한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6-03-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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