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방한> ‘가난과 평화’ 메시지 들고 온다

<교황방한> ‘가난과 평화’ 메시지 들고 온다

입력 2014-08-06 00:00
수정 2014-08-0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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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한국에 오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인기는 하늘이라도 찌를 기세다. 인기만큼이나 방한에 거는 기대도 크다.

이번 한국 방문의 성격은 사목방문, 공식 목적은 제6회 아시아 가톨릭청년대회 참석이다. 외형적으로는 어디까지나 종교적 차원의 방문이란 얘기다.

방한 기간에 예정된 주요 행사를 봐도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 아시아 청년대회 참석, 한국 주교단 및 아시아 주교단 만남, 가톨릭 복지시설인 음성 꽃동네 방문 등 종교적 행사가 주를 이룬다.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신앙을 받아들여 교회를 세우고 목숨을 바쳐 신앙을 이어온 한국 천주교는 세계 가톨릭에서도 흔치 않은 역사를 지녔다. 자발적인 교리 연구를 통해 이벽(1754∼1785)과 이승훈(1756∼1801) 등을 중심으로 평신도 신앙공동체를 일궈 냈다.

이런 한국교회의 중요성과 상관없이 사목방문은 수위권(首位權)을 가진 세계 가톨릭의 수장으로서는 어디를 가든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명분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교황이 걸어온 길과 그가 세상에 던진 메시지를 살펴보면 방한 목적이 단순히 종교적 차원에만 그치지 않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교황은 자신의 교황명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에서 따왔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과 정신을 본받아 살겠다는 뜻이다.

즉, 교회는 가난한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또한 가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전쟁에 반대하고 종교간 대화를 통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이처럼 ‘가난한 자를 위한 가난한 교회’를 외쳐 온 교황은 단지 한국이라는 특정 국가에 오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외된 아시아 지역을 찾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중에서도 불안한 미래에 떨고 있는 사회적 약자인 청년들을 만나러 온다.

교황은 또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인 남북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가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즉위 직후인 지난해 3월 부활절 메시지에서 “아시아 특히 한반도의 평화를 빈다. 그곳에서 평화가 회복되고 새로운 화해의 정신이 자라나기를 빈다”고 기원했고, 올해 초 신년연설에서는 “한반도에 화해의 선물을 달라고 주님께 간청하고 싶다. 이해당사자들이 끊임없이 합의점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리라 믿는다”고 했다.

방한 마지막 날인 오는 18일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 닿아 있다. 그는 미사 강론에서 발표할 평화 메시지를 통해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남북 당사자와 국제사회의 노력을 강력히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거침없는 행보를 감안하면 방한 기간에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일본의 신군국주의와 중국의 팽창주의 정책에도 강한 경고를 보낼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온다.

물신주의를 비판하고 교회 쇄신을 통한 사회 개혁을 부르짖어 온 교황이 한국사회의 양극화와 다양한 갈등에 관해서도 묵직한 메시지를 던질 수도 있다.

그가 미사에 초청한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유족을 직접 만나기로 한 것도 이런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교황은 첫 권고문 ‘복음의 기쁨’에서 “돈이 우리를 지배하도록 순수히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고대의 금송아지에 대한 숭배가 돈에 대한 물신주의라는, 참다운 인간적 목적이 없는 비인간적인 경제 독재라는 새롭고도 무자비한 모습으로 바뀌었다”고 탄식한 바 있다.

그러나 교황의 방한 일정을 보면 그의 가치관과 의중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또 교황 프란치스코를 세계적 유명인사나 화제의 인물쯤으로 여기고 그의 메시지는 애써 외면하려는 움직임도 분명히 있다.

교황청이 방한을 앞두고 “방한 행사는 교황의 메시지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교황이 전하는 메시지 자체에 귀기울여 달라”고 이례적으로 요청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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