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가 묘소 참배한 요시다 쇼인은 ‘정한론 원조’”

“아베가 묘소 참배한 요시다 쇼인은 ‘정한론 원조’”

입력 2014-01-27 00:00
수정 2014-01-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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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진 교수, 한일 지식인 공동성명 기념 학술대회서 발표

지난해 8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묘소를 참배한 요시다 쇼인(吉田松陰, 1830~1859)을 일본의 한국 침략에 사상적 토대가 된 정한론(征韓論)의 원조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27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열린 ‘2010년 한일 지식인 공동성명 기념 제3차 학술대회’에서 요시다 쇼인을 일제의 한국 침략에 정신적 기둥 역할을 한 인물로 새롭게 조명했다.

요시다 쇼인은 메이지유신을 주도한 조슈(長州) 번벌(藩閥)의 스승으로, 조선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조선 초대 총독 데라우치 마사다케(寺內正毅) 등 메이지유신을 성공시키고 한국 침략에 공을 세운 인물을 다수 배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요시다 쇼인은 18세기 정세를 서양 열강이 일본을 집어삼켜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으로 봤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일본이 서양 기술을 시급히 도입하고 군대를 강화하는 한편 러시아·미국과 신의를 두텁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무역에서 일본이 잃은 몫은 조선, 만주 등 다른 곳의 토지를 빼앗아 채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런 그의 주장은 메이지유신 주류 세력의 한국 침략정책에 직접적으로 반영됐고, 그의 영향력은 정한론을 말할 때 흔히 거론되는 19세기 정치인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아베 총리가 요시다의 묘소를 참배할 당시 국내 언론 등이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아베의 요시다 묘소 참배는 자신이 제국의 옛 영광을 되찾는 역할을 해내겠다는 신호”라며 “침략정책의 최대 피해국인 한국이 요시다에 관한 지식 부족으로 참배의 의미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은 희극”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보면 야스쿠니 신사는 요시다 쇼인의 제자들이 선생의 가르침대로 대외 침략전쟁을 수행하면서 ‘나라를 위해’ 희생된 이들의 영령을 위로하는 장소로서 쇼인의 묘소나 신사와 연계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요시다 쇼인이 주창한 팽창주의를 일본의 국민적 공감대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 언론인 도쿠토미 소호(德富蘇峰, 1863~1957)도 한국 침략의 사상적 주역으로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쿠토미는 한국인들이 일본의 보호국이 된 것을 환영한다는 논조의 기사를 전 세계에 퍼뜨리고, 1905년 ‘보호조약’ 이후인 1908년 대한제국 언론 통제 권한을 부여받아 한국 신문들을 폐간하는 탄압 정책을 주관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 역사학계에서 요시다와 도쿠토미에 관한 연구가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며 “이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팽창주의의 재현이라고 할 오늘날 일본의 우경화를 방조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이날 학술대회는 2010년 한일 지식인들이 1910년 한일 강제병합의 무효성을 주장하며 발표한 공동성명을 기념해 개최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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