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자가 오해’ 입장 고수, 야스쿠니 해명과 닮은꼴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중국과 일본의 관계를 제1차 대전 직전의 영국과 독일에 비유해 논란을 불러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신의 발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22일 제44차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기조연설장에 예정보다 일찍 등장해 박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보좌진.
다보스 연합뉴스
다보스 연합뉴스
27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인도를 방문 중인 아베 총리는 26일 동행한 기자들에게 다보스포럼 발언에 대해 “동석한 분들에게 들어보면 전혀 어떤 문제도 없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아베 총리가 다보스 포럼에서 중국과 일본의 현 긴장 상태를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영국과 독일의 상황과 비교하면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한 것에 대한 해명이다.
앞서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아베 총리가 “당시 영국과 독일은 큰 경제관계가 있었음에도 제1차대전에 이른 역사적 경위가 있다. 질문한 것과 같은 것이 일어나는 것이 일·중 양쪽에 있어서 큰 손실일뿐 아니라 세계에 있어서도 큰 손실이 된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고 발언 내용을 전한 바 있다.
이를 모두 고려하면 아베 총리의 인도 발언은 내용상 자신이 현재의 일본과 중국의 관계가 제1차 대전 직전의 독일과 영국의 관계와 같다고 평가한 것이 아니고 그런 상황을 막고 싶다는 취지였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발언의 순수성을 강조하려는 듯 지난 25일 만모한 싱 총리와의 회담에서 “중국에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열고 싶다’는 신청을 하고 싶다. 일본의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기자들에게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해명에 수긍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요미우리(讀賣)신문은 27일 ‘1차 대전 발언’ 당시 현장에 있었던 기자의 기사에서 아베 총리의 일본어로 발언에 “같은(비슷한) 상황”이라는 표현은 없었고 있는 그대로 들으면 “영국·독일처럼 되지 않도록”이라는 것에 역점을 뒀다는 게 틀림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장의 동시통역 과정에서 거칠게 의역(意譯)됐을 가능성도 거론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1차 대전이 엄청난 희생자를 낸 비참한 역사라는 점에서 유럽 국제회의에서 예로 꺼내 든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배려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한 독일인 대학원장은 “전쟁을 경솔하게 비교하는 데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다보스 포럼의 공동 의장 가운데 1명인 장젠칭(姜建淸) 중국 공상은행 이사장은 아사히(朝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날지는 모두 일본에 달려 있다”며 “(제1차 대전이 개전한)1914년에 이르기까지 일본은 중국을 침략했고, 대전 후에는 중국 영토까지 빼앗았다. 2차 대전에서 일본은 아시아의 나치였다”고 혹평했다.
국제사회의 논란과 비판을 일으키고 난 뒤 자신의 행위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기보다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이를 수용하는 쪽이 오해했다는 것이 아베 총리의 주장이며 이 때문에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초의 언행은 물론 사후 대응까지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둘러싼 논란과 마찬가지로 해명이 그다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아베 총리에게 소통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미지만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