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출간·콘텐츠 지평 확대 필요 지적
11일 올해 노벨문학상이 중국 소설가 모옌에게 돌아가면서 한국 문학 수상은 또다시 후일을 기약하게 됐다.몇 년간 꾸준히 유력 후보에 오르며 수상의 기대를 모아온 고은 시인 등 국내 작가들이 올해도 수상하지 못해 낭보를 기다리던 문단과 국민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스웨덴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가 수상하면서 올해도 시인이 상을 받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다 결국 수상자는 소설가에게 돌아갔다.
일본에서는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1994년 오에 겐자부로가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이번에 중국에서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배출해 한중일 3국 가운데 한국의 수상만 남은 상황이다.
중국에서는 2000년 가오싱젠이 상을 받기도 했지만 그는 당시 프랑스로 망명한 상태여서 중국 국적의 작가에게 노벨문학상이 돌아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단에서는 해마다 노벨문학상의 수상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한국문학의 적극적인 번역을 통해 저변을 확대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노벨문학상은 문학에서 가장 높은 성취를 이룬 작가 순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구권에 우리 문학이 번역돼 널리 알려졌을 때 수상의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한국문학의 적극적인 번역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지금까지 30개 언어권에서 800여권의 출간을 지원해왔지만 1940년대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2만여 작품을 번역 출간해온 일본과 비교했을 땐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세계 독자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한국문학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인인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은 “한국문학이 세계의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읽힐 수 있도록 역동적 모습을 보여주고 새 지평을 열어주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고은 시인의 수상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젊고 주목받는 작가들의 새로운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에는 번역 출간의 문제 뿐만 아니라 일종의 ‘타이밍’도 중요하다.
유럽에 편중되는 경향이 있고 심사기준이 비밀에 부쳐지지만 노벨문학상이 정치적 배경 등을 감안해 여러 언어권을 돌아가며 수상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방한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월레 소잉카는 “상을 받으려고 작품을 썼던 것이 아니고 작가들이 수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써야 한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라며 “노벨문학상 수상에는 운과 완벽한 타이밍, 그리고 작품의 높은 질이 한꺼번에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