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흥행의 파동이 배우를 되돌아보게 만들 때가 있다.‘괴물’의 고아성(14)이 그렇다. 명감독, 스타 주인공들의 맹렬한 빛에 가려졌다 1000만 관객 고지를 향해 흥행질주하는 지금. 스포트라이트는 이 당찬 여중생 신인배우에게도 쏠린다.
철없이 나이만 먹은 아빠(송강호)에겐 어울리지 않게 다부진 딸 현서 역의 고아성은 그러나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에 얄미울 만큼 초연하다.9일 제작사 청어람 사무실에서 아성을 만났다.“대중의 인기에는 독(毒)도 함께 따라다닐 것같아 두렵다.”는 첫마디가 아주 야무지다. 아직은 매니저가 없어 엄마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데도 주위를 의식하지 않는 인터뷰 자세는 또래보다 한참은 더 성숙해뵌다.
꼼꼼하기로 소문난 봉준호 감독이 이 소녀의 무엇에 이끌렸을지 이내 감이 온다. 치열한 오디션 끝에 낙점됐으나 감독은 촬영현장에서 특별히 복잡한 주문을 하진 않았다며 웃는다.“약한 자가 더 약한 자를 구하는 역할이라고만 캐릭터를 설명해줬을 뿐”이라는 아성은 “봉준호 감독님의 작품이어서 무조건 믿음이 갔지만 워낙 기대작인데다 처음 찍는 영화라 연기부담이 무척 컸다.”고 털어놓는다.
‘괴물’은 영화 데뷔작이다.MBC 드라마 ‘떨리는 가슴’에서의 엉뚱하고도 당돌한 모습의 암팡진 연기에서 합격점을 받긴 했지만 스크린은 겁났다. 실제 나이와 똑같은 여중생 배우를 찾고 있던 감독에게 그를 강력 추천해준 이는 극중 고모로 나온 배두나였다. 그와 ‘떨리는 가슴’에 함께 출연했던 인연으로 한국 최초의 본격 SF블록버스터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하는 행운을 낚았던 셈이다.
그러고 보면 커다랗고 서글서글한 눈매가 꼬마적부터 사람들 마음을 움직였다. 엄마 친구의 권유로 우연히 유아용품 회사의 이미지 광고에 출연한 것이 연예계에 들인 첫발이었다. 유수 기업들의 이미지 광고에 뜨문뜨문 얼굴을 내밀다 초등학교 6학년때 KBS 어린이 드라마 ‘울리불라 블루짱’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 흔한 연기학원 한번 다닌 적이 없다.
교각 아래 하수구에 갇혀 여린 몸으로 사투하던 장면장면들을 기억해주는 관객들을 이렇게 안심시킨다.“그 장면들은 워낙 오랫동안 시간을 두고 찍어서 차라리 덜 힘들었어요. 제가 원래 맷집이 좀 세기도 하고요.(웃음) 오히려 영화 초반에 한강물에 담긴 채 괴물에 끌려가는 장면이 공포 그 자체였어요.”
“학교공부 때문에 연기를 쉬고 싶진 않다.”는 그에게 시나리오들이 찾아든다.“뭐든 열심히 배워 보려고요. 송강호 아빠가 말해줬어요, 배우에겐 자신감이 제일로 필요하다고…” 청춘드라마 아니면 공포물의 주인공으로 12월쯤 촬영에 들어갈 것도 같다.
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영화 ‘괴물’의 현서역 고아성
철없이 나이만 먹은 아빠(송강호)에겐 어울리지 않게 다부진 딸 현서 역의 고아성은 그러나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에 얄미울 만큼 초연하다.9일 제작사 청어람 사무실에서 아성을 만났다.“대중의 인기에는 독(毒)도 함께 따라다닐 것같아 두렵다.”는 첫마디가 아주 야무지다. 아직은 매니저가 없어 엄마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데도 주위를 의식하지 않는 인터뷰 자세는 또래보다 한참은 더 성숙해뵌다.
꼼꼼하기로 소문난 봉준호 감독이 이 소녀의 무엇에 이끌렸을지 이내 감이 온다. 치열한 오디션 끝에 낙점됐으나 감독은 촬영현장에서 특별히 복잡한 주문을 하진 않았다며 웃는다.“약한 자가 더 약한 자를 구하는 역할이라고만 캐릭터를 설명해줬을 뿐”이라는 아성은 “봉준호 감독님의 작품이어서 무조건 믿음이 갔지만 워낙 기대작인데다 처음 찍는 영화라 연기부담이 무척 컸다.”고 털어놓는다.
‘괴물’은 영화 데뷔작이다.MBC 드라마 ‘떨리는 가슴’에서의 엉뚱하고도 당돌한 모습의 암팡진 연기에서 합격점을 받긴 했지만 스크린은 겁났다. 실제 나이와 똑같은 여중생 배우를 찾고 있던 감독에게 그를 강력 추천해준 이는 극중 고모로 나온 배두나였다. 그와 ‘떨리는 가슴’에 함께 출연했던 인연으로 한국 최초의 본격 SF블록버스터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하는 행운을 낚았던 셈이다.
그러고 보면 커다랗고 서글서글한 눈매가 꼬마적부터 사람들 마음을 움직였다. 엄마 친구의 권유로 우연히 유아용품 회사의 이미지 광고에 출연한 것이 연예계에 들인 첫발이었다. 유수 기업들의 이미지 광고에 뜨문뜨문 얼굴을 내밀다 초등학교 6학년때 KBS 어린이 드라마 ‘울리불라 블루짱’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 흔한 연기학원 한번 다닌 적이 없다.
교각 아래 하수구에 갇혀 여린 몸으로 사투하던 장면장면들을 기억해주는 관객들을 이렇게 안심시킨다.“그 장면들은 워낙 오랫동안 시간을 두고 찍어서 차라리 덜 힘들었어요. 제가 원래 맷집이 좀 세기도 하고요.(웃음) 오히려 영화 초반에 한강물에 담긴 채 괴물에 끌려가는 장면이 공포 그 자체였어요.”
“학교공부 때문에 연기를 쉬고 싶진 않다.”는 그에게 시나리오들이 찾아든다.“뭐든 열심히 배워 보려고요. 송강호 아빠가 말해줬어요, 배우에겐 자신감이 제일로 필요하다고…” 청춘드라마 아니면 공포물의 주인공으로 12월쯤 촬영에 들어갈 것도 같다.
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2006-08-1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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