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 드러낸 ‘충무로 괴물’ 할리우드 SF도 삼킬 만했다
‘국산 괴물’이 할리우드 독주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까.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 등이 출연한 영화의 순제작비는 110억원. 그 중 50억원을 들인 괴물은 주연배우를 능가하는 감상포인트로 ‘돈값’을 톡톡히 해냈다. 교각을 기고 휘감는 등 자유자재로 몸을 놀리고 사람을 통째로 삼켰다 뱉었다 하는 괴물은 세개의 짧은 다리로 직립할 수도 있는 돌연변이 양서류. 상영 10분여부터 기습적으로 등장해 마지막까지 화면을 휘저으며 신경줄을 조여간다.
●스펙터클보다 가족애 그린 한국형 SF
한강 둔치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평범한 일가족이 갑자기 나타난 괴생물체에 대항해 사투를 벌인다는 것이 드라마의 얼개. 괴물을 치명적 바이러스 숙주로 단정한 미국의 일방적 주장에 휘둘리는 무능한 정부, 비리와 횡포로 일관하는 공권력에 대한 고발 정신이 시종 유머를 견지한 드라마에 균형있게 녹아들었다. 그러나 한국형 괴물의 위용에 익숙해질 후반부엔 지지부진한 전개가 흠이라면 흠이다.
●할리우드영화 9주째 정상 뒤집을만 하다
96억원이 들어간 강우석 감독의 팩션 대작 ‘한반도’(13일 개봉)에 이어 시간차 공격에 나설 ‘괴물’. 할리우드 영화가 9주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꿰차고 있는 상황에서 ‘웰 메이드’ 토종 SF드라마로 입소문을 탄 괴물이 침체한 한국 영화 부활에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6-07-0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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