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단체 오폭’에… 다시 불거지는 AI무기 논란

‘구호단체 오폭’에… 다시 불거지는 AI무기 논란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24-04-05 03:28
수정 2024-04-05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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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K 창립자 “이번 폭격 의도적”
이스라엘군 운영 ‘합소라’ 시스템
결함이나 비윤리적인 지침 의심

네타냐후 거센 사퇴 요구에 직면
‘라이벌’ 野 대표 “9월 조기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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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라파의 한 병원 영안실에서 월드센트럴키친(WCK)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숨진 외국인 구호 대원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이들의 시신은 본국 송환을 위해 가자지구를 벗어나 이집트로 이송됐다. 2024.04.04. 뉴시스
3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라파의 한 병원 영안실에서 월드센트럴키친(WCK)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숨진 외국인 구호 대원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이들의 시신은 본국 송환을 위해 가자지구를 벗어나 이집트로 이송됐다. 2024.04.04. 뉴시스
이스라엘의 드론 공격으로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직원들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숨지자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전쟁에 사용하는 것을 두고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실수’라는 이스라엘 측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직원 7명이 희생된 WCK의 창립자인 스타 셰프 호세 안드레스는 3일(현지시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폭격이 의도적이라고 비판했다.

안드레스는 “각각 1.5, 1.8㎞ 거리의 인도주의 호송 행렬이었고, 트럭 지붕에는 로고 깃발이 표시돼 있어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지 매우 분명한 상황이었다”며 이스라엘이 구호 차량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도 “구호 차량이 구호 창고에 구호품을 내려놓고 떠난 뒤 이스라엘 드론 1대가 WCK 차량을 향해 차례차례 미사일 3발을 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IDF)은 2021년 가자지구에서 11일간 충돌이 일어난 뒤 매일 100개의 새로운 공격 목표를 식별하는 AI 시스템을 도입했다. 예수의 가르침이란 뜻의 ‘합소라’라고 불리는 이 시스템에 대해 IDF 내부에서도 “대량 살상 공장을 운영하는 것 같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토비 월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 AI 연구소의 수석 과학자는 “가자지구의 높은 민간인 사망률은 합소라에 결함이 있거나 의심스러운 지침에 따라 운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한 IDF 소식통은 “어떤 일도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비윤리적인 결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에둘러 설명했다.

WCK 공격으로 자국민을 잃은 국가 정상들은 이스라엘을 향해 분노를 드러냈다. 영국인 3명이 사망한 데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경악했다”면서 독립적인 진상 조사를 요구했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 건 받아들일 수 없고 불충분하다”고 격노했다. 폴란드 정부도 검찰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국에서는 사퇴 요구에 직면했다. 최대 정적인 야당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는 이날 국가 분열을 막기 위해 오는 9월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6개월간 가지지구 전쟁으로 하마스 전투원과 민간인을 합쳐 팔레스타인 주민 약 3만 3000명이 사망했고 구호 활동가도 2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2024-04-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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